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61) 구름, 꽃, 베이스 - 오연미

손현숙 승인 2022.07.09 10:24 | 최종 수정 2022.07.11 09:55 의견 0
오연미 시인

  구름, 꽃, 베이스
                                  오연미

 

 

 

 

 

 

 

 

 

 

 

 

 

 

 

 

 

 

 

 

 

 

오연미 시집 《장미 감옥》을 읽었다. ‘시맥’. 2022.

시는 슬픔을 조건에 넣는다. 소설이 고통의 서사라면 시는 그렇게 슬픔을 전제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연미 시인의 첫 시집 《장미 감옥》은 색깔과 연계되는 시편들이 꽤 많이 눈에 밟히는데, 이는 대부분 무채색이거나 간간이 옅은 파스텔의 색을 호명한다. 시 속에서 발화하는 흰, 의 내막은 삶과 죽음을 간단하게 넘어서는 그림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는 그늘인가 하면 그늘을 지우고. 그림자인가 하면 다시 그늘을 거느리는 아주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빛과 그늘의 섞임, 그 어느 부근에 언어를 부려놓는다. 작고 힘없고, 어둡지만 가난하지 않은 그 그늘의 영역에서 시인은 과감하게 그늘을 부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는 힘없고 초라하고 무상한 광선들이 하얗고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다. 그렇게 흰 그늘을 거느린 그의 시 속에는 여성과 남성의 계도 지워버린 채 중성적 목소리의 화자가 종종 등장한다. 시와 시 사이의 행간처럼 그 무수한 침묵의 공간처럼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시 속 화자의 걸음은 빠르거나 느리지 않다. 앞을 향해 걸어가는 산 자의 걸음이라기보다는, 이미 다 살아서 건너간 저쪽에서 이쪽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슬픔을 넘어선 흰白, 즉 공空, 의 시선을 보유한다. 오연미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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