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3) 줄탁, 김지하

손현숙 승인 2022.05.13 18:38 | 최종 수정 2022.05.15 11:59 의견 0
김지하 시인 [사진 = 손현숙]

줄탁
                        김지하

저녁 몸속에
새파란 별이 뜬다
회음부에 뜬다
가슴 복판에 배꼽에
뇌 속에서도 뜬다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 자란다
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사랑이여
탄생의 미묘한 때를
알려다오

껍질 깨고 나가리
박차고 나가
우주가 되리
부활하리.

서재에서 김지하 시인 [사진 = 김신용]

민주주의의 정신, 김지하 시인을 애도하며 《줄탁》을 읽었다.

김지하 시인이 돌아가셨다.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잊었던 그 노래를 다시 불렀다. 모두가 애원하며 간절했던 민주의의여 만세. 여기 올린 ‘줄탁’은 선생의 후기시에 해당한다. 대결과 반항, 비판과 풍자의 정서를 격정적으로 펼쳐 보였던 초기의 정치적 상상력이 줄(啐)이었다면, 연민과 연대, 포용과 사랑, 공경과 순환의 정서를 노래한 후기시편들은 그에 대한 탁(啄)이 될 것이다. 이 줄탁(啐啄)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모두 생명의 탄생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어제는 줄(啐), 오늘은 탁(啄). 김지하 선생의 명복을 빈다.

 

<김지하 시인의 약력>

△1941년 전남 목포 출생 △2022년 5월 8일 사망 △1968년‘시인’지에 서울길 발표 △1975년노벨문학상 후보 추천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상 △세계인권대회 위대한 시인상 △부루노크라이스키인권상 △이산문학상.

△시집 : 《황토》 《애린》 《검은 산 하얀 방》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대설》 《南》 《五賊》 《이 가문 날의 비구름》 등.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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