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48) 목련이 피었는데 죄나 지을까

손현숙 승인 2022.04.09 12:06 | 최종 수정 2022.04.11 08:59 의견 0
목련 만개 [사진 = 손현숙]

 

목련이 피었는데 죄나 지을까
                                         손현숙            

 

 

하필이면 당신 방 창문 앞에
펑, 폭탄처럼 귀신처럼 
허공을 말아 쥐는 나의 몰입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발정이다
얌전하게 입술 다물어 발음하는
봄 따위, 난간 위를 걷는 고양이 걸음으로
한바탕 미치면 미치는 거다, 뭐
오늘이 세상의 끝나는 날이다 몸을 열어 
한순간에 숨통 끊어져라 하얗게 할퀴는 
꽃, 곱게 미쳐서 맨발로 뛰어내리는데
모가지 허공중에 줄을 맨다

손현숙 시인

시작메모:
꽃들이 돌아왔다. 오자마자 다시 돌아간다. 나의 환대는 시작도 못했는데, 등을 보이는 꽃아. 미열처럼 오면서 가고. 가면서 오는 이 속절없음에 온몸으로 죄나 지을까. 고양이 발톱처럼 저질러나 볼까. 죄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당신에게 건너가 볼까. 갔다가 감쪽같이 돌아 나올까. 그러니까 봄이라고, 어쩌라고, 어쩌자고...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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