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40) 아버지 타는 동안에도 - 장종권

손현숙 승인 2022.02.12 10:28 | 최종 수정 2022.02.13 10:46 의견 0

아버지 타는 동안에도
                                   장종권

 

아버지가 열심히 타는 동안 식구들은 갈비탕을 먹는다. 국물 맛이 왜 이래, 고기는 왜 이리 질긴 거야, 떠들썩하다. 적지 않은 자식 손주들이 마지막 주린 배를 채우고 있다. 아버지 타는 동안 남은 생명들도 열심히 땔감을 우겨넣고 있는 것이다.

 

장종권 풍자시집 《함석 지붕 집 똥개》을 읽었다. ‘리토피아’. 2022.

여기 풍자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풍자와 시가 더해진 낯선 풍경을 단숨에 읽었다. 시인은 자서에서 “여기에 실린 시 답지 않은 시들은 대부분 페이스 북에 올렸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시인은 척박한 세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이그러진 세상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장종권 시인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시적 도구인 은유나 상징으로는 가서 닿을 수 없는 직빵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애도하는 순간조차도 우리는 먹어야 하고 뜯어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 그러니까 나도, 당신도, 모두 거기서 거기. 잘났거나 구겨졌거나 우리는 모두 딱, 한 생을 살다 간다.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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