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0) 반음미학, 박기철
손현숙
승인
2022.04.23 10:21 | 최종 수정 2022.04.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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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의 미학
박기철
미와 파 또 시와 도 사이가
만일 반음이 아니고 온음이라면
음악은 쉽지만 멋없어졌을 것이다
반음은 음악 전반을 온통 휘저으며
음악을 어지럽히며 아름답게도 만든다
우리 인생에도 반음 같은 사이가 있겠다
반음미학 책 원고 脫稿하며 소락체로 썼다
박기철 교수의 『반음미학』을 읽었다. ‘인타임’. 2022.
머리가 말랑하던 시절 사진을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인화지 위에 빛과 그림자를 얹어놓는 방법도 배우고. 사진은 언어다, 안셀 아담스의 예술개론도 학습했다. 피사체를 잡아챌 때는 숨을 멈춰야 하는 감각과, 사진의 결정적 순간은 햇빛이 필름을 긁어 상처를 낸 결과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움과 비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몸으로 익혔다. 예술은 연민과 아름다움의 부근일 것이라는 것도 그때 눈치챘던 듯싶다.
그 무렵 통기타를 뜯고 문지르고 두드리면서 ‘버닝 러브’를 징글, 징글 부르던 친구. 그 친구의 미학 강의, ‘반음미학’을 읽었다. 사라진 극광처럼 반음에서 오는 음악의 완성. 그것은 음악을 어지럽히면서도 아름답게 만드는 기미, 기척, 증상들.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삶의 미학을 이 어려운 책 한 권에서 어림잡고 싶었다면 욕심일까. 이 글을 쓰는 동안, 저자(박기철) 부친의 부음을 받았다. 반음처럼 아름답게 살다 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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