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63) 화성의 분위기를 색달리 하는 코드들
박기철
승인
2021.04.03 16:32 | 최종 수정 2021.04.03 16:41
의견
0
비스듬한 선인 /이 들어있는 코드는 분수 코드가 아니라 슬래시 코드다. 인버젼 코드와 하이브리드 코드로 나뉜다. 슬래시가 있으므로 같은 종류의 코드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인버젼 코드는 코드톤을 자리바꿈한 전위(轉位) 코드다. 가령 도미솔로 이루어진 C에서 밑에서부터 두, 세 번째에 속한 미나 솔을 가장 밑으로 내린 코드다. 솔을 내리면 C/G다. 왜 굳이 자리바꿈을 할까? 주로 반음으로 전개되는 베이스 워킹을 위해서다. 가령 C/G →D/F#→F→E의 순서로 연주하면 베이스 음이 반음씩 하강한다.
인버젼 코드가 순종 코드라면 하이브리드 코드는 두 종류가 섞인 잡종 코드다. / 왼쪽 코드톤 아닌 음이 / 오른쪽에 밑음으로 깔린다. 가령 C/D라는 하이브리드 코드에서는 C를 이루는 도미솔과 별개인 레가 밑음으로 깔린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코드는 잡종인 듯한 모호한 보이싱이다. 익숙치 않은 잡종같은 소리가 오히려 강한 끌림을 줄 수 있다. 음악세계에서도 잡종강세(雜種强勢)다. 반음은 음악 전반의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는 잡종의 첨병이다. 반음미학은 반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반음역학이라 할 만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