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59) 수직적 코드에서와 다른 반음 진행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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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17:09 | 최종 수정 2021.03.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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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똑같은 코드가 너무 길게 반복되면 지루하다. 코드톤 중에서 어느 한 음을 반음씩 순차 상행하거나 순차 하행하면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장조나 단조를 결정하는 3도음은 상행이나 하행 대상에서 제외한다.
클리셰(cliché)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쇄판으로 찍어낸 듯한 진부한 고정관념이나 상투적 틀이다. 그러나 화성학에서 라인 클리셰는 기울어진 선이다. 주로 코드에서 하나의 음을 반음씩 상승하거나 하강하면서 진행하면 선율이 기울어진 선처럼 들린다. 유려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코드톤에 텐션을 넣을 때 바로 아래의 음과 반음이면 어색하게 들려서 피해야 하는데, 왜 라인 클리셰에선 바로 옆의 음과 반음씩 움직이면 멋지게 들릴까? 이렇게 해석된다. 하나의 수직적 구조에서 가장 가까운 반음은 어색하지만, 일련의 수평적 진행에서 가장 가까운 반음은 편리하다. 한 조직에서 수직적 관계와 옆 조직과의 수평적 관계를 생각할 때 반음과 같은 존재들은 딱 그리 작동할지 모른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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