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55) 반음 때문에 파생되어진 5음계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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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16:43 | 최종 수정 2021.03.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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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음계 말고도 2, 3, 4, 5음계가 있다. 원시인들은 높낮이가 다른 두 개의 음으로 흥얼거렸을 것이다. 2음계다. 그러다 높낮이가 다른 음을 보태 3음계나 4음계로 부르다 나중에 5음계를 주로 썼겠다. 중국에서 온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도 5음계다. 서양음악의 5음계와 피치는 좀 다르다.
왜 익숙한 7음계 대신에 5음계를 사용할까? 반음 때문이다. 7음계에서 파는 으뜸음인 도와는 완전4도이지만 밑의 미와는 단2도다. 잘못 사용하면 껄끄럽게 들린다. 피해야 할 음(avoid note)다. 옥타브 위 도 바로 밑의 시도 마찬가지다. 이 시는 바로 위 도로 이끄는 음(leading tone) 아닌 용도로 쓰이면 찝찝하게 들린다. 증4도 아래 파와는 트라이톤이다. 그래서 파와 시를 뺀 음계가 5음계(pentatonic scale)다.
즉흥연주(ad libitum) 때 C 메이저 곡에서 도 레 미 솔 라, A 마이너 곡에서 라 도 레 미 솔 만 치면 어색하지 않게 연주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파와 시라는 문제의 반음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물론 이로 인해 음악적 긴장감이나 풍성한 묘미는 없어진다. 그럼에도 5음계로 충분히 멋있는 음악을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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