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운 대기자의 '생각을 생각하다' (14) 꽃의 향기, 기후위기의 두려움
진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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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10:08 | 최종 수정 2024.03.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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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향기가 납니다.
그렇다고 꽃에서 향기를 뗄 수 없습니다.
꽃이 지면 그제서야 향기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꽃과 향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꽃은 썩어 흙이 돼 장소와 모습을 바꿀 뿐이고, 향기는 에너지체로 남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몸뚱이가 썩으면 또 다른 모습이 되고, 마음도 먹은 생각대로 남습니다.
생각은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조와 불안 두려움이 인생을 덮었다면 그 생각은 몸을 떠났어도 그대로 존재합니다.
“지난해 여름 폭염 때 남편이 ‘날씨가 미친 것 같다’더니 기후변화 관련 책을 사왔다”며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우리 애 낳아도 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미세먼지에 폭염까지… 출산 주저하게 만드는 ‘기후위기’-동아일보, 2024.03.12.)
너무나 평범한 기사 내용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읽었던 어느 인터뷰보다 강렬합니다. 그러면서 아이 낳는 것에 강한 두려움을 가집니다. 이런 두려움들이 마음을 더 두렵게 하고 두려운 생각을 증폭시킵니다. 기후위기가 동물적 생존본능으로까지 이어진 듯합니다. 0.65라는 출산율은 이를 강렬하게 증명하는 숫자입니다. 이 두려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력한 바이러스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할 일은 이 두려운 마음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도리어 이 두려움을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나를 돌아보는 도구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원래 두려움이 아니라 향기입니다.
<KNN 기획특집국장·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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