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난 1972년 유엔이 제정한 기념일로 1974년 6월 5일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처음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매년 6월 5일을 환경의 날로 정해 민관이 관련 행사를 해오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매년 6월 5일 빠짐없이 환경축제를 30년 이상 계속해온 학교가 있다. 부산 동래구 명장동에 자리 잡은 대명여고(교장 김봉정)는 우리나라에서 환경의 날 행사가 지정되기 전인 1994년 제1회 대명환경전을 시작으로 올해 제31회 대명환경전을 개최한다. 햇수로는 올해로 만 30년이 된다.
대명여고는 5일 오후 1시 20분부터 3시 20분까지 5, 6교시 2시간에 걸쳐 제31회 대명환경전을 연다.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기념식과 환경OX퀴즈대회가 개최되고 이후 교정 곳곳에서 알뜰장터와 환경부스 등이 펼쳐진다. 교내 동아리 등 11개 부스가 펼쳐지고 연극부는 환경연극을, 동아리 그린나래는 교내 환경공모전 작품 전시를 한다.
제31회 대명환경전 포스터와 행사 일정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개최하는 대명환경전은 전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환경축제로 기록될 것이다. 대명여고 환경전은 지난 1994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동아리인 환경연구부 학생들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깡통찌그러뜨리기 대회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청소시간마다 수많은 음료수 깡통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환경연구부 학생들과 박중록 지도교사(생물 담당)가 분리수거의 필요성도 알리고 환경의 날도 기념할 겸 기획을 해 점심시간에 개최를 한 것이었다.
제2회 환경전부터는 오후 시간을 몽땅 할애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교 차원의 환경축제로 발전했다. 환경축제의 내용도 풍성해졌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참여마당(환경OX퀴즈대회, 환경퍼포먼스, 분리수거대회 등)과 관심 있는 분야에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실천마당(알뜰장터, 먹거리장터, 생명나뭇잎 만들기, 환경지킴이 선정, 환경패러디 만들기 등) △볼거리마당(각 동아리 차원의 전시마당)과 △초청 강연회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시기에는 점심시간과 5교시를 이은 2시간을 이용해 기념식과 알뜰장터만 운영하는 등 행사의 규모를 줄였다. 2022년부터는 다시 기념식과 알뜰장터, 환경OX퀴즈대회, 환경부스, 생명나뭇잎 만들기와 환경편지 쓰기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 이후에는 아나바다운동 수익금을 동래구사회복지관에 기부한 것을 비롯해 코로나19 취약계층 돕기, 수재민 돕기 등의 기부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명여고의 환경전의 특징은 철저하게 학생들이 중심이 돼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제1회 때 환경동아리인 환경연구부가 주관한 이래 학생자치모임인 환경봉사부와 함께 학생회가 주관해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전은 환경봉사부 수련회나 학생회를 통해 선배들이 전년도 활동내용을 후배들에게 전수함으로써 계승되어 왔으며, 특히 환경봉사부는 이밖의 교내외 환경활동을 주도해왔다고 한다.
2015년 제22회 대명환경전 중 학생들이 지율스님의 경북 영주 내성천 보전운동을 응원하기 위해 ‘WE ♡ 내성천’이란 문구를 펼쳐 보이기고 있다.
대명여고 환경전에는 천성산 도룡농 소송으로 유명한 지율스님을 비롯해 생태운동에 앞장서온 최병성 목사, KNN 대기자인 진재운 감독 등의 초청강연회도 열렸다. 필자도 당시 국제신문 환경전문기자로 초청을 받아 한 두차례 강연을 한 바 있다.
대명여고 환경전의 기록을 다시 보면 개발 위기에 처한 자연을 응원하기 위해 전교생이 모여 몸으로 자연보호 구호를 만드는 환경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9년 제2회 환경전 때는 학생들이 그 해 퇴임하는 환경전 지도교사 박중록 선생의 낙동강하구 보전운동을 응원하기 위해 ‘지키자! 낙동강하구’라는 문구를 잔디 운동장에서 펼쳐보였다.
2015년 제22회 환경전 때는 지율스님의 경북 영주 내성천 보전운동을 응원하기 위해 ‘WE ♡ 내성천’이란 문구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대명환경전 지도교사였던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은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가 퇴임한 지도 5년이 지났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환경전을 만들어 한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기후시계가 이제 5년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실천을 하는데 책임져야 할 기성세대는 난개발이나 자연파괴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기성세대 지도층이 각성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안미숙 대명여고 교감은 “대명여고 환경전은 박중록 선생님과 같이 열정을 가진 교사와 학생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통해 청소시간에 분리수거와 자원활용을 도맡아 하고 수익금을 복지관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것으로 우리 대명여고의 상징이자 자랑이 된 축제가 됐습니다. 기후위기시대에 이러한 전통을 만들고 있다는 데 대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도 널리 알려 앞으로는 학부모님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 환경축제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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