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 추모 향례·기념식 등 개최
1793년 쌍계사 제작 고운영정 1924년 이안 봉안
쌍계사·금천서원·하동향교·횡천영당·운암영당 順
지난 11일 경남 하동군 양보면에 위치한 운암영당에서 ‘하동 운암영당 창건 10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됐다.
운암영당(양보면 궁단길 219-7)은 경주 최씨의 시조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1924년 준공 이후 횡천영당에서 최치원 선생의 영정을 옮겨와 첫 제향을 지낸 지 올해 100주년이 됐다. 이에 ‘하동 운암영당 창건 100주년 기념사업회’(추진위원장 최순용)는 최치원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경상남도 공모사업 ‘2024년 우리 지역 국가유산 바로알기 지원사업’에 선정돼 경상남도와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행사에는 경주 최씨 중앙종친회장을 비롯해 하동군 관계자 및 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향례를 시작으로 100주년 기념식, 학술강연회, 진품 영정전시, 기념식수 등 다양하게 진행됐으며, ‘고운 최치원 초상화이야기’ 책자를 편찬하여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
추모향례의 헌관(獻官)으로 초헌관은 백종철 하동군 부군수, 아헌관은 박명환 하동향교 전교, 종헌관은 최정철 경주 최씨 종중 고문이 맡았다. 집례장은 최병한 경주 최씨 중앙종친회 전례위원장이 담당했다.
100주년 기념식은 △개회 △국민의례 △내빈소개 △환영사 △축사 △경과보고 △최치원 시 낭송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 이어 「최치원 진영의 도상 및 채색재료 연구」(발제: 곽홍인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 및 「고운 최치원의 지리산 화개동 행적」(발제: 노성미 경남대 고운학연구소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회가 끝난 후 곽홍인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이 진품 영정에 대해 해설했다. 해설을 마무리한 뒤 100주년 기념식수가 진행됐다.
최순용 추진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사당의 창건 정신을 이어받아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최치원 선생 영정(1793년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며 최치원 선생과 하동의 인연에 지속적인 관심을 독려했다.
한편, 운암영당에 봉안된 고운 최치원 선생의 영정은 1793년 쌍계사에서 화승 평일 찰호스님이 제작했다. 쌍계사에서는 그동안 총 3점의 최치원 영정을 조성했다.
그러면 3점의 영정의 제작 시기는 언제일까? 쌍계사 최초의 최치원 선생 영정에 대해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선생의 존영 제작은 고려 초기 선생을 문창후로 추봉한 무렵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운암영당에 모셔진 최치원 선생의 영정은 1793년에 두 번째로 제작된 것이다. 1825년까지 32년간 쌍계사에 봉안돼 왔다. 1825년 하동 화개면 덕은리 영당마을에 서원을 겸한 사당인 금천서원(琴川書院)을 지어 그곳으로 이안하여 1868년까지 43년간 봉안했다. 1867년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금천서원이 페쇄되어 영정은 하동향교로 이관됐다. 하동향교에서 1902년까지 34년간 보관돼 왔다. 그러다 1902년 하동군 횡천면 최씨 종중의 횡천영당으로 이안하게 됐다. 횡천영당에서 1902년부터 1924년까지 22년 동안 봉안했다. 다시 네 번째로 1924년 양보면 운암리 경주 최씨 운암 종중의 운암영당으로 이안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25년부터는 애국지사 면암 최익현 선생 영정도 같이 하동 운암영당에 봉안 중이며, 두 영정은 현재 ‘경상남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하동 쌍계사 경내에는 최치원 선생이 직접 작문하고 글씨를 쓴 탑비인 ‘진감선사대공영탑비명’(국보 제47호)가 세워져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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