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괴물 네시(Nessie·Loch Ness Monster)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네스호 인근 박물관에 “괴물이 있으니 수영을 금지한다”는 간판이 전시돼 있다. 네시가 호수 한가운데서 공룡 같은 모습으로 헤엄치는 사진도 공개됐다.
세상의 현상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는 학습(교육)을 통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 곧 반세기 전만 해도 동네 곳곳 앞뒤 산에 전설이 안 깃든 곳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면서 컸다. ‘전설 따라 삼천리’였다. 지금 초등생들에게는 ‘전설’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 것이다.
네스호의 경우 수산물이 적어 네시 같은 거대한 개체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파충류가 살기엔 너무 추우며, 네스호는 빙하의 흔적으로 생긴 호수이므로 고대의 괴물이 남아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동물 한 마리가 수천 년 동안 살 수 없다. 네시라는 개체군이 네스호에 서식하고 있어야 비로소 네시가 네스호에 산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해봤을 때, 면적이 서울의 1/10정도밖에 안 되는 호수에 최소 수십~수백 마리 네시가 서식한다는 것은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원래 호수에서의 수영은 위험하기 때문에 어느 호수에나 ‘수영금지’ 안내판이 붙곤 한다. ‘괴물이 있으니 수영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은 대중심리를 이용한 선의의 자극으로 수영금지를 강조한 것일 터이다. 그래서 이젠 그 안내판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네시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얕은 물에서 미니어쳐로 촬영한 것이라고 당사자들은 고백했다. 왜 그런 사기행각을 벌였을까? 침체되어 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어서 꾸민 일이었다고 자백했다. 실제로 네시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BBC 탐사팀은 지금까지 네시에 관한 온갖 소문이 난무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BBC 탐사팀은 호수 수면 밑에 기둥을 설치해 놓고, 단체 관광객들이 보는 앞에서 이것을 밀어 올렸다. 나중에 관광객들을 면담했을 때, 대부분은 네모난 물체를 보았다고 대답했지만, 본 것을 그려보라는 주문에 일부는 괴물의 머리를 그려냈다.
네스호의 괴물, 네시에서 추출할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현상 혹은 현실을 왜곡하는 강력한 기제 두 가지는 ‘무지와 이익’이라는 사실이다.
백주 대낮의 천둥 번개 같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미친’ 짓을 하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대통령 윤석열을 괴물에 비유하는 것이 과한가?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국회가 괴물인가? 국회를 괴물이라 칭하는 윤석열이 괴물인가?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깡패’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미친 짓을 듣고, 바로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떠오른 건 자연스런 일이다.
“니가 떠나는 날 그랬다. 그라고 한 이 년 정도는 숨어 지냈지. 결국 사고를 치고 말더라.”
부하에 의해 친구 동수(장동건 분)가 살해된 후, 준석(유오성 분)은 도피생활을 했다. 그러나 도피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유흥주점에서 자해를 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된다. 유학에서 돌아온 상택(서태화 분)이가 저간의 사정을 묻자 중호(정운택 분)가 한 말이다.
그렇다! 본디 사람은 연속되는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한다. 다만, 마음의 기둥이 부러질 때에 사람의 격(人格)에 차이가 난다. 극단적으로는, 마음밭이 부드러운 사람은 포기하고 무릎 꿇고 겸손해진다. 마음밭이 거친 사람은 이판사판 ‘케 세라 세라’로 괴물이 된다.
인간은 윤리적이고 이성적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일 뿐이다. 결코 윤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는 아니다. 행동의 스펙트럼은 최악과 최선까지 넓다. 대개의 경우 최악과 최선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최악과 최선의 행동도 현실화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일반 시민이든 대통령이든 깡패든, 아무 상관이 없다. 특히 자신의 악업으로 벼랑 끝에 몰리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괴물에게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상대권을 누가 주었는가,이다. 국민의힘 당 윤상현 의원의 말에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박근혜 탄핵 와중에 있고, 탄핵에 반대하고 내가 어제 그제께 김재섭 의원이 너무 고마운 거예요. 김재섭 의원이, 형 따라가는데, 형, 나 지역에서 엄청 욕먹는다. 어떻게 해야 돼.
야 재섭아, 나도 박근혜 탄핵 앞장서서 반대했어. 끝까지 갔어. 근데 그때 나(를) 욕 많이 했어. 욕 많이 먹었어 근데, 1년 후에는 다 이야.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 그 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 주더라.
너 봐라 내가 어~~무소속 3번 2016년 계속 무소속 가도 살아온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럴 수 있다(욕먹을 수 있다). 그러나 내일 모레 1년 후에는 국민은 또 달라져.”
<파이낸셔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몸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입증했다며,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체감할 때, 정치에 대한 합리적 사고는 발전한다. 어떤 정치인이, 어떤 정치 시스템이 경제적 이익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전설과 네스호의 괴물이 자연스럽게 퇴장하듯, 합리적 사고의 진전에 따라 윤상현류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정치문맹’ 유권자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정치문맹인 유권자가 사라지면, 사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윤상현류의 의원이 사라질 것이다. 윤상현류의 의원이 사라진 정치판에서는 괴물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괴물 대통령은 정치문맹 유권자들이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인구통계학적으로 봐서,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K-민주주의를 창출할 것 같다. 그 단서는 민주화운동 세대에 이어 탄핵 집회 주축이 된 20·30 세대에서, 탄핵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10대에서 발견할 수 있다. K팝에 맞춰 아이돌 응원봉을 힘차게 흔드는 그들에게서 밝은 K-민주주의의 미래를 확신해도 되지 않을까?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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