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호남엔 불 안 나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려 할지도 모르지만, 정치인의 말이 지니는 무게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을 겨냥한 조롱과 경시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과 도덕성을 저버린 행위이며, 민주사회에서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위험한 언동이다.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면, 지역주의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심화시켜온 구조적 문제였다. 1980년대 이후 호남과 영남,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지형은 세대와 계층을 넘어 국민적 긴장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 위에서 특정 지역을 겨냥한 발언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과거의 갈등과 상처를 되살리고 사회적 분열을 확산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모든 시민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정치인의 기본적 책무를 무시한 행위일 뿐 아니라, 지역주의적 편견을 강화하고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역사적 경험을 통해 지역주의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지를 고려하면, 이번 발언은 정치적 무책임의 극단적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발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역적 감정을 자극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민심을 흔들고 사회적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언어 실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의 발언은 공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동반해야 하며, 국민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 정치권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정치인은 지역과 관계없이 국민 모두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김정재 의원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실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전체가 지역주의적 편견을 넘어서 국민 모두를 포용하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의 경솔한 언행은 결국 민주주의와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위험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역사는 경고한다. 지역을 향한 조롱과 경시는 단순한 발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분열과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정치인이라면, 말 한마디의 무게가 가져오는 결과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책무이다.

박철 목사

<박철(은퇴목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