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레볼루션 -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플랫폼
지은이 : 로버트 킨슬, 마니 페이반
서평자 : 이희대 공운대학교 교수, 소셜미디어 전문가 [hd1912@naver.com]
유튜브는 할리우드와 발리우드, 놀리우드를 모두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음악의 중심지인 내슈빌·베를린·서울을 잇고, 워싱턴·런던·브뤼셀·모스크바의 최신 소식을 전해주며, 세계 각지에서 창작의 꿈을 키우는 수천만 명을 불러들인다. 과거를 현재와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인간의 모든 역사가 집결된 기록 저장소다.
수학 시간, 도형 문제의 단골 소재였던 ‘회전체’는 영문으로 ‘body of revolution’이다. 여기서 revolution은 ‘회전’을 의미한다. 이처럼 축을 바꾸는 대전환이 ‘혁명(revolution)’의 어원이라 할 때, 오늘날 그 앞에 ‘유튜브’가 자리하는데 끄덕이지 않을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유튜브 레볼루션’이 바꿔놓은 놀라운 변화상들을 내 폰으로 브이로그(Vlog)를 시청하듯 독자들을 자연스레 이끈다.
특히나 HBO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를 거쳐 2011년 유튜브의 임원으로 합류한 저자 로버트 킨슬의 경력은 지난 20여년 가팔랐던 미국 미디어의 변천사를 안내할 크리에이터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우선 TV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 시대, 시청자들이 소비자로서 선택권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었는지 회고한다. 수십 년간 방송사와 배급사의 합병 속에 소수 매스미디어의 큰손 몇
명만이 사람들이 시청할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온 것을 지적한다. 이들은 사람들의 지지로 선출되거나 선택받은 것도 아니면서, TV를 통해 무엇을 제작하고 방영하는지에 대한 결정권을 지니며 거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해왔다는 것이다.
반면, ‘검색’과 ‘구독’, ‘좋아요’를 통해 온전히 스스로가 자신의 채널 선택권을 행사하는 이용자 중심 결정 구조. 그리고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든 15억 인구와 접촉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 이 변화들이 영상 매체의 전례 없는 민주화를 이끈 유튜브 혁명의 핵심적 토대임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고 누구에게나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는 과거에 미디어 산업을 지배했던 게이트키퍼 중심의 모델보다는 훨씬 공평하다는 것이다. 과거 미디어 산업 모델에서의 성공이 지정석이었다면 이제는 선착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경기장 안의 좌석을 확보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적어도 누구나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구조가 되었음은 분명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서밋(YouTube creator Summit) 행사에 초청된 개성있는 크리에이터들, 관계자들의 무대인사와 저자와의 인터뷰들은 기존 미디어와 다른 유튜브만의 속성과 문화적 변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요. 맨날 온라인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어요. 내가 루저라서 온라인에 머무는 게 아니었다는 걸요. 그저 내 관심사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함께 나눌 사람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 비디오는 사람들이 열어볼 수 있는 일기장 같은 거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올해 들어서 새삼 더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어요. 제가 솔직해질수록 사람들이 더욱 마음을 열고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준비된 각본의 TV 연예인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덜 세련된 무언가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 유튜브에서 증명된 시청자들의 진정한 욕구라는 것이다. 인기를 구가하던 TV 리얼리티 쇼들이 과거처럼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유명 스타들이 막상 유튜브를 개설해도 기존 TV 프로그램 식 접근으론 주목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진솔함과 공감이 호감과 믿음을 더욱 깊게 만드는 이 특별한 유대 관계의 형성에는 유튜브의 콘텐츠 포맷도 역할이 크다고 크리에이터들은 전언한다.
“유튜버는 시청자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어요. 물리적으로도 모니터 앞에 가까이 앉아 이야기하니까, 정말 친구와 대화를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유튜브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경쟁 서비스들, 또는 다수의 유사 동영상 플랫폼들과 차별화를 갖게 된 두 가지계기도 새겨볼 대목이다. 경쟁 서비스들과 달리 동영상을 본 횟수가 아닌 시청 시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한 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랜 시간 플랫폼에 체류하며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단순 조회수보다 영상을 보는 데 할애한 시간을 해당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공급자가 아닌 고객의 눈높이로 니즈를 읽어낸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불법 저작물
들이 원저작자의 수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콘텐츠 아이디(content ID) 기술을 적용해 해결한 것도 유튜브의 현명한 조처중 하나로 꼽힌다. 새로 동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영상 내 콘텐츠와 참조 파일을 대조해 일치하는 경우 저작권 소유자에게 알리고, 해당 영상의 중단 또는 수익 공유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모든 광고수익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게 한 시스템이다. 덕분에 다수 영상들이 중단보다는 공유 구조로 남게 되고 원저작자들은 지속해 수익을 받는 구조가 됐다. 콘텐츠 활용의 자율성과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동시에 지켜내며 지금의 방대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창조한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매스미디어의 오랜 관성을 뒤로 물리고,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시청하고 있는 이 특별한 미디어의 탄생과 성장은 제작자가 아닌 시청자를 주인공으로 바라본 기본 철학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섬세한 기술의 배려가 합쳐진 산물인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미래 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상위에 오르고 있다는 언론 기사들을 보고 이 또한 잠시 머무를 유행이라 지나쳤었다가 방금 뜨끔한 맘이 드는 분들이라면 잠시 시간 내어 마치 유튜브를 즐기듯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휴먼전문가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hn.nanet.go.kr 02-788-4053 국회휴먼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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