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氣(희노애락)의 운행과 각 체질이 가져야 하는 마음자세
동무 이제마 선생은 「사단론」에서 희노애락 사기(四氣)의 운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슬픈 기운(哀氣)은 곧바로 상승(直升)하고, 화난 기운(怒氣)는 비스듬이 상승(橫升)하며,
기쁜 기운(喜氣)은 놓아서 내리고(放降), 즐거운 기운(樂氣)는 추락하듯 내려(陷降)간다.”
“슬프고 노하는(哀怒) 기운은 상승하고, 기쁘고 즐거운(喜樂) 기운 하강하니,
상승하는 기운이 과다하면 하초(下焦)가 상(傷)하고,
하강하는 기운이 과다(過多)하면 상초(上焦)가 상(傷)한다.”
“슬프고 노하는(哀怒) 기운은 양(陽)이고, 기쁘고 즐거운(喜樂) 기운은 음(陰)이다.”
이는 슬프고 노하는 기운(哀怒之氣--木·火氣)은 양기(陽氣)이므로 상승작용을 하며,
기쁘고 즐거운 기운(喜樂之氣--金·水氣)은 음기(陰氣)이므로 하강작용을 함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상승과 하강하는 기(氣)의 작용을 더욱 세분하여
슬픈 기운(哀氣--木氣)은 곧바로 상승(直升)하고,
화난 기운(怒氣--火氣)는 비스듬이 상승(橫升)하며,
기쁜 기운(喜氣--金氣)은 놓아서 내려(放降)가며,
즐거운 기운(樂氣--水氣)는 추락하듯 내려(陷降)가는 작용을 한다고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음양기(陰陽氣)의 작용을 곧바로(直)·비스듬이(橫)·놓아서(放)·추락하는(陷) 것으로 구분한 까닭은 희노애락의 기운이 체용(體用)관계이기 때문이다.
작용성에 있어
곧바로(直)·추락하는(陷) 것은 종적(縱的)으로 작용함을,
비스듬이(橫)·놓아서 내려가는(放) 것은 횡적(橫的)으로 작용함을 나타낸 것인데,
종적작용은 본체(本體)의 구조적(構造的) 존재이며,
횡적작용은 생성변화(生成變化)하는 작용성(作用性)이다.
그러므로 음양(陰陽)의 기운은 상승과 하강작용을 하되, 애노희락의 기운은 체용(體用)으로 나누어져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음양(陰陽)의 기운은 이와 같이 체용(體用)원리에 근거하여 상승과 하강작용을 하는데, 이는 동기상구(同氣相求)하여 부드럽게 움직이거나 거슬러서 움직인다.
이에 대하여는 「사단론」에서는
“슬프고 노하는(哀怒) 기운이 순조롭게 발동하면 왕성하게 위로 올라가고,
기쁘고 즐거운(喜樂) 기운이 순조롭게 발동하면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간다.
슬프고 노하는(哀怒) 기운은 양(陽)이니 순조롭게 발동하면 순(順)하게 위로 올라가고,
기쁘고 즐거운(喜樂) 기운은 음(陰)이니 순조롭게 발동하면 순(順)하게 아래로 내려간다.”
“슬프고 노하는(哀怒) 기운이 거역스럽게 발동하면 사납게 가서 위에서 함께 하고,
기쁘고 즐거운(喜樂)의 기운이 거역스럽게 발동하면 방자하게 가서 아래서 함께 한다.
상승(上升)하는 기(氣)가 거역스럽게 발동하여 위에서 합해지면 간(肝)·신(腎)이 상(傷)하고,
하강(下降)하는 기(氣)가 거역하게 발동하여 아래서 합해지면 비(脾)·폐(肺)가 상한다.”
이에 의하면
슬프고 노하는 기운(哀怒之氣)은 양기(陽氣)로서 상승작용을 하는데,
순하게 움직이면 넘어 올라가 위로 오르지만,
거슬러 움직이면 사납게 올라가서 위에서 같이 어울린다.
그리고 상승하지 못하고 같이 어울리게 되면, 결국은 하초(下焦)의 음기(陰氣)를 치게 되는 것이다.
기쁘고 즐거운 기운(喜樂之氣)은 음기(陰氣)로서 하강작용을 하는데,
순하게 움직이면 느슨하고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가지만,
거슬러 움직이면 거세게 내려가서 아래에서 같이 어울리며,
결국은 하강하지 못하고 같이 어울리게 되면, 상초(上焦)의 양기(陽氣)를 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로 오르는 기운이 거슬러 움직이면 하초(下焦)인 간신(肝腎)이 상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기운이 거슬러 움직이면 상초(上焦)의 비폐(脾肺)가 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사기(四氣)가 순하게 움직이거나, 거스르게 움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심(一心)의 조화 때문이다. 즉 일심(一心)이 도덕성을 온전히 갖추어 넓히고 채우면 애노희락의 기운이 순하게 움직여 성덕군자가 되지만, 거슬러 움직이면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태한 사람(鄙薄貪懦人)이 된다.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태한 사람은 인의예지를 버린 사람인데 이들이 성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사납게 노하고 깊이 슬퍼하거나(暴怒深哀), 사납게 슬퍼하고 깊이 화내거나(暴哀深怒), 방자하게 즐거워하거나 깊이 기뻐하거나(浪樂深喜), 방자하게 기뻐하거나 깊이 즐기는(浪喜深樂) 소인으로 타락하게 되는 것이다.
“태양인은 슬픔이 극에 달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면 분노(忿怒)가 밖으로 격동하고,
소양인은 성냄이 극에 달하는 것을 이기지 못하면 비애(悲哀)가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소음인이 즐거움이 극에 달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기뻐서 좋아하는(喜好)것이 안정되지 않고,
태음인이 기쁨이 극에 달하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분수에 넘는 즐거움(侈樂)이 싫증나지 않게 되어
한 번 크게 희노애락의 기운이 거슬러서 움직이면 칼로 내장을 베는 것과 같아 십년이 지나도록 회복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여 희노애락의 성정이 사납고 어지럽게 움직이는 것을 경계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희노애락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항상 경계하고, 이미 드러났을 때는 스스로 반성하여, 성인(聖人)의 학문을 배우는 것을 싫어하지 말고, 가르치는 것을 권태로워 하지 말고 중화(中和)의 경지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사단론」의 내용을 살펴 본 바와 같이 「성명론」에서 ‘인간은 하늘이 생(生)한 존재이므로, 하늘에 존재근거를 두고 있으며, 아울러 하늘로부터 도덕성을 내용으로 하는 성명(性命)을 타고 태어났으므로, 반드시 성명(性命)의 이치에 순응하여 도덕적으로 살아야 함’을 밝히고 있으며,
「사단론」에서는 ‘도덕성의 구현 여부는 성명을 밝게 변별하고, 애노희락의 성정을 넓히고 채워서 드러낼 때에는 조화롭게 하여야 중화(中和)의 경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하여 본성인 도덕성을 밝게 변별 할 수 있느냐에 의해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태한 마음(鄙薄貪懦之心) 또는 인의예지의 마음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에 의하여 애노희락의 기운이 순하게 움직이거나, 거슬러서 움직이게 되므로 수명장수(壽世保元)하게 되는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인격성의 구체적인 내용인 애노희락 성정이 하늘에 의해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데, 이것이 어떻게 주어지며 어떻게 드러나는지와 그리고 성정이 폐비간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어 폐비간신의 대소가 결정되는가? 각 체질은 애노희락의 기(氣)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체용원리에 바탕한 음양오행론으로 밝혀 놓았다.
※이상 김만산의 『주역의 관점에서 본 사상의학원리--사단론편』 참조
<허성욱한의원 원장·경희대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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