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사상(四象)체질 중에 어떤 한 가지 체질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그 사람이 희노애락의 성(性) 중에서 어떤 성(性)을 타고 태어났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동무 이제마 선생은 각자의 성정(性情)과 체질에 관하여 “하늘로부터 타고나서 이미 정해진 것은 진실로 논할 게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성정(性情)의 발용은 인간이 하지만 성정은 하늘로부터 타고 태어나고 하늘이 주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성(性)과 체질(體質)을 타고 나는가?
동무 선생은 「확충론」에서 “태양인은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지고, 노하는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니,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진다는 것은 태양의 귀가 천시(天時)를 살필 때 뭇 사람의 속임을 애처롭게 여기는 것이니, 슬픈 본성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노하는 감정이 촉박하게 급한 것은 태양의 비(脾)가 사람을 사귀고 만나는데 있어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모욕 주는데 대해 노하는 것이니 노하는 감정은 화가 폭발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는 태양인의 성정(性情)에 관한 것으로, 태양인의 슬픈 본성(哀性)은 천시(天時)를 듣는 것이며, 슬픈 본성은 귀가 천시를 듣는 것에 의해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목비구는 인간이 하늘과 통하는 통로이며, 인간 내에 주어진 하늘인데 천기유사(天機有四)인 천시 세회 인륜 지방은 하늘이 주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주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간은 귀가 하늘의 시간을 듣는 본성에 의해 하늘로부터 슬픈 본성(哀性)을 타고 난다. 특히 태양인은 타 체질보다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지는 힘을 더욱 많이 타고 난 사람인 것이다.
이로서 슬프고 노하고 기쁘고 즐거운 본성은 각각 귀가 하늘의 시간을 듣고, 눈이 세상의 모임을 보고, 코가 인륜을 냄새 맡고, 입이 땅의 방위를 맛보는 것에 의해 주어지며, 그 중 어떤 성(性)을 더욱 강하게 품부 받는 가에 따라 사상체질이 선천적으로 주어짐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애노희락의 성정에 의해 어떻게 폐비간신의 대소가 결정되며, 태소음양인의 사상체질이 형성되는가?
동무 선생의 「사단론」에 의하면,
태양인은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지고 노하는 정(情)이 촉박하게 급하나니,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지면 기(氣)가 폐(肺)로 가서 폐(肺)가 더욱 왕성해지고, 노한 정(情)이 촉박하게 급하면 기(氣)가 간(肝)을 부딪쳐 흐르므로 간(肝)이 더욱 깍여서 태양의 장국(臟局)이 폐대간소하게 형성된다.
소양인은 노한 본성이 크게 품어지면 슬픈 정(情)이 촉박하게 급하나니, 노한 본성이 크게 품어지면 기(氣)가 비(脾)로 가서 비(脾)가 더욱 왕성해지고, 슬픈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면 기(氣)가 신(腎)을 부딪쳐 흐르므로 신(腎)이 더욱 깍여서 소양의 장국(臟局)이 비대신소하게 형성된다.
태음인은 기쁜 본성이 넓게 베풀어지고 즐거운 정(情)이 촉박하게 급하나니, 기쁜 본성이 넓게 베풀어지면 기(氣)가 간(肝)으로 가서 간(肝)이 더욱 왕성해지고, 즐거운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면 기(氣)가 폐(肺)를 부딪쳐 흐르므로 폐(肺)가 더욱 깍여서 태음의 장국(臟局)이 간대폐소하게 형성된다.
소음인은 즐거운 본성이 깊고 확고하면 기쁜 정(情)이 촉박하게 급하나니, 즐거운 본성이 깊고 확고하면 기(氣)가 신(腎)으로 가서 신(腎)이 더욱 왕성해지고, 기쁜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면 기(氣)가 비(脾)를 부딪쳐 흐르므로 비(脾)가 더욱 깍여서 소음의 장국(臟局)이 신대비소하게 형성된다.
이상과 같이 성(性)과 정(情)의 작용으로 인해 장부의 대소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단론」에서
“태소음양의 장부의 길고 짧음은 네 가지 같지 않은 중에도 한 가지 같은 것이 있으니, 하늘의 이치에 의한 변화라. 성인과 뭇 사람이 하늘의 이치에 의한 변화의 영향을 받는 점에서는 한가지로 같다”고 하였다.
이는 장부의 대소는 하늘의 이치에 의한 변화로서의 음양변화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짐을 말한 것이다. 즉 애노희락의 성정에 의한 기(氣)의 흐름과 폐비간신의 대소는 하늘이 주재하는 이치에 의한 변화원리로서의 음양변화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음양변화원리는 역학적으로 음양체용원리에 근거한 금화교역원리를 말한다. 여기에서 체용(體用)원리는 존재의 본체와 작용을 뜻하는데, 모든 존재는 체용원리에 의해 존재하고 생성변화해 간다. 사상의학도 체용원리에 근거하여 사상의학원리를 체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명이 본체라면 성정은 작용이고, 성명과 성정에 있어서도 성(性)이 본체라면, 명(命)과 정(情)은 작용이다. 또한 지(知)가 본체라면 행(行)은 작용이고, 일심인 마음이 본체라면 인의예지의 마음과 비천하며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태한(鄙薄貪懦)마음은 작용이며, 심장이 본체라면 폐비간신은 작용이다.
또한 반드시 슬픈 본성이 멀리 흩어지면, 노하는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여 폐대간소하게 되고, 노하는 본성이 크게 품어지면, 슬픈 감정이 촉박하게 급하여 비대신소하게 되는 것도 체용원리 때문이다. 체용원리는 사상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며, 가장 주요한 바탕이 되는 원리이다. 금화교역원리는 체용원리에 근거한 것으로 오행원리적 차원에서 금(金)과 화(火)가 교역하므로서 이루어지는 존재의 생성변화법칙을 원리화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씨앗과 열매의 입장에서 보면 씨앗은 발아하여 잎과 줄기가 커지면서 열매를 맺는 외형적인 성장인 목화금수의 순서로 생성변화 하지만, 열매는 내면에서 보이지 않는 성숙을 통해 다음 해에 씨앗으로 발아하기 위해 내면적인 성숙을 하는 상태인 수화금목의 본성을 뛰게 된다.
씨앗→열매. 작용의 입장 : 목→화→금→수 〈외형적 성장. 육체적·공간적〉
열매→씨앗. 본체의 입장 : 수→화→금→목 〈내면적 성숙. 정신적·시간적〉
금(金)과 화(火)가 교역함으로서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이 인격적이고 정신적인 존재로 차원전환하며, 인격적이고 정신적이 존재가 내면적인 것을 완성하는 과정을 원리적로 말한 것이다.
이를 사덕(四德)의 입장에서 말하면 의(義)와 예(禮)가 교역하는 원리로서, 사덕을 경우에 따라 인의예지 또는 인예의지의 순서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義--金)와 예(禮--火)가 순서가 바뀐 것은 인의예지는 반드시 본체의 차원에서, 인예의지는 작용의 차원에서 말해진 것이다.
이는 존재의 구조와 생성변화 원리를 말한 것이다.
<허성욱한의원 원장·경희대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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