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수세보원』 「성명론」이 천(天)과 인간(人間)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 본래성과 역사적 사명 즉 성명(性命)에 관한 존재구조를 논한 것이라면, 「사단론」은 인간의 마음작용(一心)과 장부(臟腑)의 대소, 성정(性情)과 심(心).기(氣)의 생성변화작용을 논한 것이다.
‘성명(性命)’이 하늘과 인간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하늘로부터 타고나서 인간이 내재화(內在化)한 인간 본래성 즉 도덕성이라면, ‘성정(性情)’은 이미 내재화한 성명(性命)이 애노희락의 마음작용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사단론」 에서는 ‘인간이 성정(性情)의 사상적(四象的) 구조에 의해 태소음양인 사상체질로 나누어진다’ 는 것을 말하고, ‘중앙지태극(中央之太極)인 일심(一心)이 인의예지의 마음과,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약한(鄙薄貪懦) 마음으로 작용함’과 그리고 ‘성정은 인간 존재에게 어떻게 주어지나?’와 ‘성정의 차이에 의해 어떻게 사상체질의 장부대소가 형성되는가?’ ‘폐비간신과 애노희락의 기운은 어떻게 발용되며, 또한 성정은 어떻게 발용해야 올바른 것인가?’ 에 관하여 차례로 언급하고 있다.
이것이 『동의수세보원』의 목차가 「성명론」에 이어 「사단론」으로 된 까닭이니 이는 성명(性命)을 존재근거로 하여 성정(性情)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무(東武) 이제마 선생은 의학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정립하기 위해 순수 형이상학적 존재인 천(天)·인(人)·성(性)·명(命)을 신체의 각 부위와 연결시키는데, 이목비구는 하늘(天)과 인간이 상호 교통하는 통로이며, 인간 내에 주어진 하늘이며, 폐비간신은 천성(天性)이 인성(人性)으로 내재화되는 곳인데, 이목비구와 폐비간신에 의해 받아들이고 인성화(人性化)한 본래성은 턱·가슴·배꼽·배(頷臆臍腹)와 머리·어깨·허리·엉덩이(頭肩腰臀)에 성명(性--주책·경륜·행검·도량, 命--식견·위의·재간·방략)으로 내재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턱·가슴·배꼽·배와 머리·어깨·허리·엉덩이에 내재화된 성명(性命)은 아직 발아되지 않은 씨앗과 같은 것이므로 어리석고 못난 존재이며, 어리석고 못나기 때문에 교만하고 자랑하고 함부로 하고 떠벌리는 마음(驕矜伐夸之心)과 멋대로 하고 거만하고 게으르고 훔치는 마음(擅侈懶竊之心)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성명인 일심(一心)을 밝게 변별(明辯)하고, 성정을 올바로 확충함으로써 천인지성(天人之性)의 본래 모습인 도덕성을 완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동무(東武) 선생은 이와 같이 「성명론」과 「사단론」에서 천(天)·인(人)·성(性)·명(命)·기(氣)·정(情) 등을 신체부위와 연결하여 인체의 존재구조와 생성원리를 밝힘으로써, 의학의 생리, 병리에 관한 형이상학적 존재근거를 정립하였다.
존재론적으로 볼 때, 「성명론」의 성명(性命)이 존재 구조적 입장(본체의 차원)이라면, 「사단론」의 성정(性情)은 생성변화의 입장(작용의 차원)이다. 이는 사상의학이 철저하게 체용론(體用論)을 바탕으로 정립된 의학이론임을 알게 해준다.
동무(東武) 선생은 성명을 ‘유무(有無)’의 문제로, 성정을 순동(順動)과 역동(逆動)의 ‘동(動)’의 문제로 언급하고 있다. 즉 성명은 명변(明辯--밝게 변별)의 여부에 의한 유무(有無)의 문제로, 성정은 확충(擴充--밖으로 넓히고 내면적으로 충실)하여 올바르게 드러내는지에 의한 순동과 역동의 문제로 파악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명변의 유무〉와 〈확충의 순동, 역동〉은 무엇을 뜻하는가?
동무(東武)는 「사단론」에서 “호연지기는 폐비간신에서 나오며, 호연지리는 마음에서 나오니, 인의예지 사단의 기운을 밖으로 넓히고 내면적으로 충실하게(擴充) 하면 호연지기가 폐비간신에서 나오며,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약한(鄙薄貪懦) 마음의 욕심을 밝게 변별(明辯)하면 호연지리(浩然之理)가 마음(一心)에서 나온다”고 하여 명변(明辯)과 확충(擴充)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이때의 호연지리와 마음(一心)은 성명지리(性命之理)에 존재근거를 둔 것이므로, 이는 성명을 밝게 변별하면 호연지리(浩然之理)가 드러나고, 밝게 변별하지 못하면 비천하고 경박하고 탐욕스럽고 나약한(鄙薄貪懦) 욕심의 마음(一心之慾)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밝게 변별(明辯)하는 여부에 의하여 호연지리(浩然之理)가 드러나기도 하고, 욕심의 마음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밝게 변별(明辯)한다는 것은 성명(性命)의 유무(有無)에 대한 자각(自覺)을 의미한다. 이는 성현(聖賢)들의 지혜를 공부하여 깨달으면 있는 것이고, 깨닫지 못하면 없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동무(東武) 선생은 「성명론」에서 사람의 턱, 가슴, 배꼽, 배(頷臆臍腹)에는 세상을 속이려는 마음이 은연중에 숨어 있으니 선한 마음을 잘 보존하고, 본성을 길러야 하고, 사람의 머리, 어깨, 허리, 엉덩이(頭肩腰臀)에는 백성을 속이려는 마음이 종종 어둡게 내장(內藏)되어 있으니 몸과 마음을 잘 수양하고, 자신의 사명을 굳게 세우라고 하고, 하늘로부터 주어진 마음을 잘 보존하고, 씨앗과 같이 작게 타고난 본성을 길러, 이를 바탕으로 심신을 수양하고, 자신에 주어진 명(命)을 굳건히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성명을 기르고(養) 굳건히 세움(立)을 통해 마음의 욕심을 밝게 변별하면 호연지리(浩然之理)가 나오고, 지행(知行)을 행함으로써 요순과 같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허성욱한의원장·경희대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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