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원장의 체질의학 (2)자연과 인간의 연계성

허성욱 승인 2020.02.24 13:27 | 최종 수정 2020.02.24 13:54 의견 0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과 함께 자연 속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과 함께 자연 속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체질의학은 자연과 인간, 삼라만상의 구조원리와 생성변화가 사상적(四象的) 존재구조의 역학적(易學的) 존재원리를 근거로 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과 함께 자연 속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인간과 식물이 갖는 공통점은 춘하추동과 동서남북이라는 공통적인 환경 속에 살아가며 생존한다. 지구는 춘하추동으로 대표되는 시간과 동서남북의 대표되는 공간을 생존환경으로 한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서 태어나고 생장하고 열매를 맺으며 수확하고 그 열매를 대지 속에 저장해서 내년 봄에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동서남북이라는 공간 속에서 각 방위의 기운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인간도 생명을 가지며 식물도 또한 살아 있는 생명을 지니고 있다. 인간과 동물과 식물은 살아 있는 생명력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인간은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까? 이는 철학적 문제이지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현대의 과학문명과 현대의학은 해부학을 기본으로 의학의 이론을 정립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정신이나 영적인 능력이 뛰어나므로 인해서이지 육신이 강해서가 아니다. 이는 인간의 진정한 주인은 정신적인 면에 있지 육체적인 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마 선생은 인간은 하늘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영위하는 존재라고 단언한다. 동의수세보원 〈성명론(性命論)〉 첫마디에서 천기유사(天機有四)라고 하여 하늘을 근원으로 하여 4가지가 있으며, 이를 천시(天時), 세회(世會), 인륜(人倫), 지방(地方)이라 하여 인간의 본성을 하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명시해 놓았다.

식물은 주로 대지의 영양분을 뿌리로 흡수하며, 광합성을 통해 영양화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땅의 영양분을 뿌리로 흡수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은 태음지기(太陰之氣)의 성질을 띠며, 주로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은 태양지기(太陽之氣)의 성질을 띠게 된다.

태음지기(太陰之氣)가 위주인 식물은 태양인(太陽人)의 약제로 쓰일 수 있고, 태양지기(太陽之氣)가 위주인 식물은 태음인(太陰人)의 약제로 쓰일 수 있는 식물의 본성을 암시한다.

즉 상대적으로 기운이 약한 부분을 보강하여 줌으로서 인체의 정상적인 균형을 회복시켜 질병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도록 유도하였다.

인간은 이목구비(耳目鼻口)를 통해 감각(感覺)하며 자연의 영기(靈氣)를 흡수하고, 음식(飮食)과 호흡(呼吸)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이목비구(耳目鼻口)는 머리에 있으며 우주자연과 연결되는 통로로서 청시취미(聽視臭味)를 통해 하늘의 고귀한 정신 생명력을 얻으며 이를 근간으로 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한다. 즉 인간의 머리는 식물이 뿌리를 통해 대지의 영양분을 흡수하듯 이목구비(耳目鼻口)가 있는 머리를 통해 우주의 형이상학적 영기(靈氣)를 흡수한다. 그래서 인간의 머리는 식물에서 뿌리의 역할을 하며 몸체와 수족(手足)은 체간(體幹)과 가지(枝)가 되며, 생식기(生殖器)는 열매나 꽃에 해당한다.

체질의학에서는 인간의 질병(疾病)의 근원은 장부(臟腑)의 부조화(不調和)와 불균형(不均衡)에서 기인(起因)한다고 본다. 몸체 속에 있는 오장(五臟)은 머리 즉 뿌리에 가까운 상체(上體) 쪽으로는 심(心), 폐(肺)가 존재하며, 머리에서 먼 가지에 열매와 잎으로 하체(下體) 쪽에서 간(肝)과 신(腎)이 존재한다. 즉 심폐(心肺)는 인체에서 뿌리에 해당되며, 간신(肝腎)은 나무의 가지나 열매와 잎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심장(心臟)이나 폐장(肺臟)이 약(弱)하거나 질병이 있을 경우 나무의 뿌리를 약제로 써서 보강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간(肝)이 약(弱)하거나 질병이 있을 경우 나무나 풀의 잎으로 질병을 치료하거나 허약한 상태를 보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간병(肝病)이 있을 때 민간요법으로 나무나 채소의 잎으로 녹즙을 만들어 복용한 경우가 많고, 신장(腎臟)이나 정력(精力)이 약(弱)한 경우 열매를 약제로 해서 신장(腎臟)을 보강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허성욱
허성욱

실제로 한의학의 많은 처방이나 민간요법에서 이러한 방법을 응용하여 약(藥)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상적(四象的) 원리로 연계하고 연관화하여 체질의학의 치료로 발전시켰다. 인간의 질병에 자연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성질를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인간과 식물의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식물을 음식(飮食)으로도 먹을 수 있으며, 한약(韓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주위의 모든 자연물은 태양과 지구라는 공통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므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끼리도 내면적(內面的)으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갖고 존재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러한 연관 관계를 파악하여 본질(本質)을 통찰하고 깨달아 한약(韓藥)을 인간의 질병예방과 치료에 적용하였다.

<허성욱 한의원장·경희대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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