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욱 원장의 체질의학 (1)프롤로그

기존 의학이 자연위주와 물질위주의 사고(思考),
체질의학은 인간(人間) 본위와 정신(精神) 위주

허성욱 승인 2020.02.19 15:05 | 최종 수정 2020.02.19 15:57 의견 0
동무 이제마(1837~1899) 선생. 사상의학은 동무선생이 1894년에 쓴 『동의수세보원 東醫壽世保元』이 원류다.
[사진=전통문화포털]

한의학은 자연의 의학이다. 자연현상은 일견 물리적이고 과학적이지만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본질과 섭리적인 본체의 존재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자연이 드러내는 현상을 있게 하는 본체의 존재에 대해 주로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대체해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 이었다.

동양철학과 한의학에는 본질적이고 섭리적인 문제를 인생과 의학의 기본 문제로 다루어 왔지만 어렵고 난해한 철학의 부분과 한자로 인해 그 본질적인 부분이 잊혀져온 측면이 있다.

기존의 중국의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순응문제를 중심(음식, 기후, 전염병 등 외부적요인)으로 인간의 건강과 질병과 치료문제를 다루는데 주안점을 두어왔었다. 그러나 체질의학에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에 기반하여 천도원리(天道原理)에 의해 내재된 인간내면의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정(性情)과 그로 인한 장부(臟腑)의 대소(大小)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주로 하여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문제를 먼저 규정하고, 이에 따른 인간의 심리, 생리, 병리, 치료, 예방 등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한데서 기존의학과의 차별성을 두고 있다.

즉 기존의학이 자연과 물질 위주의 사고(思考)라면, 체질의학은 인간(人間) 본위와 정신(精神) 위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무 이제마 선생께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의 목차를 <성명론> <사단론> <확충론> <장부론>의 순서로 하여 <성명론>을 서두로 한 것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즉 인간이 하늘로부터 본성(本性)인 성(性)을 품부 받은 정신적 존재이므로 하늘 즉 천기(天機)를 그 바탕에 두고 있음을 표현하였고, 이어서 성(性)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사명(使命)으로서의 명(命)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성명론(性命論)으로 논하였다.

이어서 <사단론>에서는 하늘에 존재근거를 두고 있는 성(性)인 본래성(本來性)이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정(性情)에 의해 어떻게 인간에게 주어져 사상(四象)체질로 나누어지며, 중앙지 태극(中央之太極)인 심(心)과, 사유지사상(四維之四象)인 사단지심(四端之心)에 의해 비박탐나(鄙薄貪懦)한 인간이 되든지, 인의예지(仁義禮智)한 인간이 되는 지에 대해 논하고,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성정(性情)에 의해 어떻게 폐비간신(肺脾肝腎)의 대소(大小)가 나누어지는지에 대해 논했다.

사상 체질을 진단하는 필자.

<확충론>에서는 성정(性情)에 바탕해 사상인(四象人)의 심신(心身)이 갖는 작용성과 장단(長短)을 확충(擴充)해야 함을 논하고, <장부론>에서는 수곡지기(水穀之氣)가 장부(臟腑) 부위의 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정신기혈(精神氣血)작용과 장부(臟腑)와 육체(肉體)의 형성에 대해 논하고, 이목비구(耳目鼻口)의 청시취미지력(聽視臭味之力)과 폐비간신(肺脾肝腎)의 애노희락지력(哀怒喜樂之力)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리(生理)와 기(氣)의 흐름에 대해 논하면서 일심(一心)이 하늘로부터 성(性)을 받아 폐비간신(肺脾肝腎)을 주재(主宰)하며, 페비간신(肺脾肝腎)은 어떻게 천명(天命)을 행(行하)며 살아가야 하며, 이목비구(耳目鼻口)는 살피지 않는 것이 없어야 하며, 폐비간신(肺脾肝腎)은 헤아리지 못함이 없어야 하며, 함억제복(頷臆臍腹)의 성(性)은 정성스러워야 하며, 두견요둔(頭肩腰臀)인 명(命)은 공경을 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로써 이제마 선생은 인간의 생명작용으로서의 생리적 작용은 정신적 작용을 근거로 해서 이루어지며, 정신적 작용은 천도(天道)에 존재 근거를 두고 인간에게 내재된 性(本來性)에 의해 이루어짐을 논하였다.

인간이 이러한 존재라면 자연만물은 어떠한 존재이며 인간과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가? 이제마 선생이 자신의 학문과 사상의학(四象醫學) 체계를 사상적 존재구조로 한 까닭은 역학적(易學的) 존재원리를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역학(易學)은 동양의 고전인 주역(周易)을 근거로 하는데, 이제마 선생은 의학자이기 이전에 당대 최고의 유학자(儒學者)로로 역학(易學)의 대가(大家)였다. 이런 사실은 그의 저서인 <격치고>에서 요순공맹(堯舜孔孟)의 도(道)를 높이 추앙하였으며 유학자(儒學者)로서 역학(易學)을 중시(重視)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그의 사상의학의 주요체계가 주역(周易)을 근거로 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동양의 경전인 『주역』은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구조와 생성변화가 인간과 관련된 “형이상적(形而上學的)인 존재(存在) 구조”와 “생성변화(生成變化)원리”의 역학적(易學的) 체용(體用)구조임을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제마 선생은 인간의 본질(本質)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와 그 육체적 정신적 생리현상과 질병의 치료예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허성욱 한의원장·경희대 한의학 박사>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