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원장의 생활한방 (3)비위, 생각과 곡기 창고
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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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09:44 | 최종 수정 2018.11.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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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에 “비위脾胃는 창름倉廩(창고)의 역할을 하고 오미五味가 나온다”고 하였다. 비脾는 운화運化(소화운동)를 주관하고 위胃는 수납受納을 담당하여 음식을 통하게 함으로 창고라고 하고 이곳에서 인체에 필요한 오미五味(다섯가지 영양소)가 나온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 비장脾臟은 이자(췌장)와 지라(비장)을 포함한다. 비위는 단순하게 음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로 소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위를 통과한 음식이어야 피와 살이 될 수 있다.
다른 생물의 몸인 음식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다른 개체의 정보가 우리 몸의 정보와 충돌하여 상호 간섭하고 문제를 일으키므로 정보를 최소단위(예,아미노산, 단당류 등)로 해체하는 것이 소화의 과정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이 몸 어딘가로 전해져 거기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초보자적인 생명관이다. 이는 생명을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조립식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기계론이다. 생명은 그런 단순한 기계론을 훌쩍 뛰어넘는 동적인 효과로 존재한다.
관절이 아프다고 연골의 주성분인 콘드로이틴유산이나 히알루론산을 섭취한다 한들 입으로 들어간 것이 그대로 몸의 일부가 될 수 없다. 오직 비위를 통과해야 내 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체는 비위의 생리기능에 의해서 음식을 소화, 흡수한 후 온 몸에 운반하여 인간의 생명활동을 영위한다. 그래서 비위를 “후천지본後天之本, 기혈생화지원氣血生化之源”이라 하는 것이다.
황제내경은 비脾를 “재지위사在志爲思”라 하여 사고, 사려를 비장이 주관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과도한 사고는 비장을 상하게 하여 소화가 안 되게 한다.
평소 생각이 많거나 고민이 있을 때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현대의학에서도 ‘소화불량의 심인성 형태’라는 상병명을 사용하고 있다. 소화관 신경회로망을 리틀 브레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뇌에 비하여 절대 작지 않은 대규모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는 일정 부분 소화관으로 느끼고 사고하는 것이다.
속담에 “비위가 좋다. 비위가 약하다. 비위에 거슬리다. 고추장 단지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는 못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직접적인 음식에 대한 표현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것이다. “비위가 상하다, 비위에 거슬린다.”는 것은 소화작용의 문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탐탁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는 뜻이다.
소화와 사고는 공통점은 외부의 음식이나 외부의 보고 듣고 접촉한 것을 내 몸의 것, 나의 인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를 창조하는 출발점이 비위인 것이다. 그래서 후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많은 생각이 병을 키울 수 있다. 생각도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이 너무 치밀하고 성격이 깐깐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당뇨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평소에 생각을 줄이는 것이 좋다. 생각을 끊고, 줄이는 방법이 운동에 집중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당뇨 치료방법은 조용한 곳에서 수행을 하는 것이다.
<세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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