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인체에 가장 소중한 정을 주관하여 저장한다. 황제내경은 “腎者는 主水하니 受五臟六腑之精而藏之라.”하여 신장은 우리 몸의 70%가 물인데 인체 수액대사의 생리기능을 조절하고 오장육부의 정을 받아 저장하는 장부이다.
정이란 신장의 정수精水, 수기를 이르는 말로, 우리 몸의 진액, 생명의 가장 근원이 되는 물질로서 의학적으로는 정자, 난자, 골수, 호르몬 등과 같은 인체의 기본 에너지를 말한다. 정精은 인간에게 있어 생장生長⋅발육發育⋅생식生殖을 주관한다. 치아, 머리털, 뼈, 힘줄, 근육, 형체의 성쇠는 모두 정精의 성쇠와 직접 관련이 있다. 정精이 충만하면 소화도 잘 되고, 잠도 푹 자며, 몸이 유연하고 건강하여 병에도 안 걸린다. 하지만 정이 파괴되면 모든 것이 어렵다.
혈액의 각종 혈구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골수는 정精에 해당하며,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백혈구는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감염성 질환 및 외부물질에 대한 방어기능을 수행한다. 백혈구는 호중구, 호산구, 호염기구, 단핵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B림프구, T림프구, 자연살상세포로 나눌 수 있다. 백혈구는 골수(신장의 정에 해당)에 있는 조혈모세포로부터 분화되어 만들어진다. 골수, 즉 정은 모든 병마를 물리치는 저항력(면역력)의 근원적인 동력원이며, 이 정은 뇌와 오장육부, 근육과 뼈 등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고 있다.
건강은 정精을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精은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물질이다. 정精을 보호하는 문제와 성욕의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 정문에 “절제하여야 하는데 절제할 줄 모르고 끊어야 하는데 끊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되니 이는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격이다... 성욕이 갑자기 생기더라도 삼가고 억제해야지, 마음을 풀어 놓고 뜻대로 하면 스스로 해를 입게 된다. 한 번 참으면 욕망의 불길이 한 번 꺼지게 되고 기름을 한 번 아낀 셈이 된다. 만약 참지 못하고 욕망에 몸을 맡겨 정精을 내보낸다면, 등잔의 불이 꺼지려고 하는데 기름을 없애는 격이니 스스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고요히 앉아 있으면 신수腎水가 저절로 올라간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몸으로 일을 해서 병이 생기지 않는다. 술을 취하게 마시지 않으면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면 신神이 상하고 희로애락이 심하면 기氣가 많이 상한다. ... 봄 여름에는 정기를 덜 내보내고 가을 겨울에는 성생활을 줄여야 한다.”고 하여 병의 원인은 마음과 정기精氣 누설이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한 손진인의 양생술은 다음과 같다.
“늘 땅에 침을 뱉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왜냐하면 입안의 진액은 금장(金漿 황금처럼 소중한 미음)과 옥례(玉醴 옥처럼 귀한 단술)이다. 하루 종일 침을 뱉지 않고 늘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사람의 정기가 늘 머물러 얼굴과 눈에서 빛이 난다."
인간은 결국, 이 신수 즉, 정수가 말라가면서 노화현상이 일어나고 모든 병이 생긴다. 그래서 동양의학에서는 정精이 천지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한다. 정을 잘 간직하고 축적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해야 하겠다.
<세종한의원 원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