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찬바람만 불어오면 코가 막히고 감기증상처럼 으실으실하고 찬바람의 한기가 싫어지거나, 봄만 되면 꽃가루 알러지로 비염이나 눈의 충혈,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사람을 흔히 알러지 질환이라 한다. 이러한 알러지는 코나 비염증상, 피부증상, 천식, 발열 등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민상태(anaphylaxis)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이 증후(allergy)라고 한다. 또한 등 푸른 생선이나 해물류를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두드러기증상을 나타내는 증상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음식을 먹었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왜 발생 하는가?”보다는 “어떤 사람에게 나타나는가?”라는 체질적인 문제로 보고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릴 때에는 먹고 두드러기가 났던 음식을 어른이 된 후에는 먹어도 괜찮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동안 두드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체질식을 자신도 모르게 잘 해서 건강해진 결과이다. 이는 알러지 유발 음식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뜻이지 알러지 증상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러한 증상은 다음에 체질적으로 허약해지거나 건강이 악화되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원리가 있어 체질적으로 알러지 증상을 유발하는 것일까? 이는 체질의학의 장부대소(臟腑大小)에 의해 발생한다. 각 체질이 선천적으로 강하게 타고난 장부(臟腑)의 기운이 후천적인 음식의 잘못된 섭취나 섭생의 잘못으로 지나치게 강화되거나, 선천적으로 약하게 타고 태어난 장부의 기운이 지나치게 약화되어 피부나 비염 등의 증상으로 인체의 피부나 눈, 코, 귀, 입 등으로 나타나거나 보이지 않게 인체 내부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알러지 증상이다.
특히 인체 내부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 잘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중병으로 발전하는 원인이 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40대 주부인 김 모씨는 환절기인 봄철만 되면 재채기, 콧물, 비염 증상에 심하면 눈동자까지 가려워지는 알러지 질환을 결혼 전부터 앓아 왔으며, 출산 후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피부까지 가려워지는 아토피 증상으로 십수 년간 고통을 받았다. 대학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했지만 다시 봄만 되면 이러한 증상이 재발되어 본원에 내원하였다. 얼굴색이 어둡고, 만성 피로와 무기력 불면 등으로 고생하였다고 호소하였다.
체질 맥과 형상(形象) 진단 및 설문으로 체질을 진단해 보니 목양체질로 판명되었다. 자세히 문진 해보니 평소에 비타민C를 복용하고 있었으며 채식과 과일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 비타민C와 과일 채식은 목양체질의 강한 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피를 탁하게 만들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이것들의 복용을 중지하고 소고기와 콩, 목양체질에 좋은 뿌리 야채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고, 알러지의 체질 침 치료와 체질 한약을 복용하게 하였다.
10년이 넘은 증상이라 단숨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믿음을 갖고 치료하니 1주일이 넘어 피로와 불면 등의 전신증상이 약간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체질 침과 체질 한약을 복용하고 치료한 지 4주째가 되자 비염, 알러지 증상이 호전되면서 피부가려움증과 피로가 확연히 나아진다고 하였다.
인체 내부의 장부(臟腑)에 기인하는 알러지 반응은 체표에 잘 나타나지 않고 체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모르고 지나쳐 중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상기 환자의 경우 그 증상이 심해 체표로까지 나타났으며 체질 치료만으로 한계가 있으나 다행히 본인이 체질음식의 섭생법을 잘 지켜 많이 호전된 예이다.
알러지는 인간관계에서도 생길 수 있다.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엄마만 따르고 아빠를 멀리하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아빠만 따르고 엄마를 멀리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현상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며 미워서도 아닌 체질적인 이유이다. 아빠 체질을 닮은 아이는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 체질을 닮은 아이는 아빠를 좋아한다. 이는 본능적인 현상이며 닮은 체질끼리는 서로 싫은 체질적인 체취 때문이다. 그 체취는 아이 자신의 냄새로 그가 가장 강하게 타고난 장기 때문에 생기는 냄새이다.
또한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는 반드시 체질이 같은 경우가 많다. 이는 장부의 구조가 같아야만 서로의 생각도 잘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의 경우 연인일 때는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진 상대에 이끌리게 되어 결혼을 하지만, 결혼을 하고 생활하다 보면 체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부는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경우 체질이 서로 반대 성향이 많으므로 성격적으로 반대되는 경향이 많다. 부부는 친구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면서 살아야 하는 자연의 이치에 근거한 관계이므로 서로를 잘 이해하는 배려가 필요한 관계이다.
각 체질의 장기의 강약 배열은 음식, 냄새, 타액 등에서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체질이 같은 경우 예쁜 아기의 볼에 뽀뽀하는 것도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치는 성인에게서도 마찬가지이며 결혼도 체질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같은 체질끼리의 결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알러지는 개개인의 체질적인 특징을 고려해야만 하며, 과학적이 아니라 섭리와 자연의 관계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음식이나 운동 생활환경 등에 있어서는 나에게 해로운 것은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여 몸과 마음을 개선하라는 체질적인 방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허성욱한의원장 / 경희대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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