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72) 마음이 온화하고 인정이 따뜻한 사람이 마침내 복을 받고 그 누림도 오래간다

허섭 승인 2021.03.12 12:56 | 최종 수정 2021.03.14 18:46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72 - 마음이 온화하고 인정이 따뜻한 사람이 마침내 복을 받고 그 누림도 오래간다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자라게 하고 차가우면 만물을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질이 차가운 사람은 (복을) 받아서 누림도 박하다.
오직 마음이 온화한 사람이라야 복 받음 또한 두텁고 은택 또한 오래 간다.

  • 性氣(성기) : 성정(性情)과 기질(氣質), 즉 성질(性質). 여기서는 ‘마음의 기운’ 을 뜻한다.
  • 淸冷(청랭) : 차고 쌀쌀함.
  • 受享(수향) : 복을 받아 누림.
  • 和氣熱心(화기열심) : 마음이 온화하고 따뜻함.
  • 凉薄(양박) : 엷음. 凉도 薄과 같이 ‘엷다’ 의 뜻이다.
김농(金農, 청, 1687~1763) - 난화도(蘭花圖)

◆ 출전 관련 글

▶『예기(禮記)』제의편(祭義篇)에
禮記曰(예기왈) 孝子之有深愛者(효자지유심애자)는 必有和氣(필유화기)하고 有和氣者(유화기자)는 必有愉色(필유유색)하고 有愉色者(유유색자)는 必有婉容(필유완용)이니 孝子(효자)는 如執玉
(여집옥)하며 如奉盈(여봉영)하여 洞洞屬屬然(동동촉촉연)하여 如弗勝(여불승)하며 如將失之(여장실지)니 嚴威儼恪(엄위엄각)은 非所以事親也(비소이사친야)니라.

『예기』에 말하기를, “효자로서 (부모에게) 깊은 사랑이 있는 자는 반드시 화락한 기운이 있고, 화락한 기운이 있는 자는 반드시 기쁜 기색이 있고, 기쁜 기색이 있는 자는 반드시 온순한 용모가 있으니, 효자는 옥을 잡은 듯이 하며, 가득 찬 것을 받들 듯이 하여 성실하고 오로지하여 감당하지 못하는 듯이 하며 장차 잃을 듯이 여기니, 엄숙하고 위엄이 있으며 엄연하고 씩씩함은 어버이를 섬기는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자기 부모를 높여 부르지 않는 까닭은?

우리가 자기 부모님을 부를 때에는 ‘아버님, 어머님’ 이라 높여 부르지 않고 ‘아부지(아베), 어무이(오메)’ 처럼 마치 배고픈 송아지가가 어미 소를 찾듯이 갈급(渴急)하게 숨넘어갈 듯이 불러야 한다. 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는 예의범절을 차리기 이전에 한 몸에서 떨어져 나온 지체(肢體)처럼, 지남철에 쇳가루가 달라붙듯이 본능적으로 친(親)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친(親)’ 의 의미> 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자신들의 머리가 커지면 부모를 떠나 각자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즉 부모 세대의 가치를 부정하고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세워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모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비록 몸은 부모를 찾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것이다. 부모 앞에서는 거역할 수 없어 ‘예, 예’ 하지만 더 이상 부모가 시키는 대로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세상은 진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삼강오륜(三綱五倫) 중에서 왜 하필이면 부모와 자식 간에는 ‘부자유친(父子有親)’ 일까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자간에 강조하여 요구하는 덕목(德目)이 공(恭)이나 경(敬)이 아니고 친(親)이란 말인가? 그만큼 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이 어릴 때나 장성하여도 언제나 친하지만, 자식은 자라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남의 부모를 두고는 ‘아버님, 어머님’ 이라 높여 부르지만 자기 부모를 부를 때에는 어릴 때 부모를 찾던 그대로 ‘아부지, 어무이’ 라고 불렀던 까닭이다. (남의 부모를 두고 ‘아버지, 어머니’ 라 부르지도 않았으며, 반드시 ‘누구네 아버님, 어머님’ 이라 불렀으며, 며느리가 시부모를 두고는 ‘아버님, 어머님’ 이라 불렀던 것이다. 오늘날 며느리도 딸이라 여겨, 혹은 자처하여 시부모를 ‘아버지, 어머니’ 라 부르는 시속이 생겨나고 있으나 이는 천륜과 인륜을 구별하지 못하는 천박하고도 위선적인 처사라 할 것이다. 어찌 시부모가 내 부모일 수가 있겠는가? 그저 도리를 다하면 될 뿐인데 그 도리도 모르면서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