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67) 악함 속에서도 선을 향하는 마음이 있고 선행 속에서도 악의 뿌리가 도사리고 있으니 …       

허섭 승인 2021.03.07 22:19 | 최종 수정 2021.03.09 11:21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67 - 악함 속에서도 선을 향하는 마음이 있고 선행 속에서도 악의 뿌리가 도사리고 있으니 …                                                      

악을 행하고서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는 것은
악함 속에서도 아직도 선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이요,

선을 행하고서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서두르는 것은 
선함 속에서도 악의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 爲(위) : ~하다, 행하다.
  • 畏(외) : 두려워하다.  畏는 때로는 ‘경외(敬畏)하다’ 라는 긍정적인 뜻으로도 쓰인다.  
  •   * 畏友(외우) : 두려워하며 존경하는 벗.
  • 猶(유) : 오히려, 아직도. 
  • 善路(선로) : 선으로 향하는 길, 즉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 그 잠재력을 말한 것이다.
  • 急(급) : 급급해하다, 서둘다.
  • 善處(선처) : 선이 있는 곳, 즉 선행(善行)이 있는 곳.
  • 卽是(즉시) : 바로(곧) ~이다.
  • 惡根(악근) : 악덕(惡德)의 뿌리.
067 김농(金農 청 1687~1763) 묵죽도(墨竹圖) 138.8+36.8 1750년 상해박물관
김농(金農, 청, 1687~1763) - 묵죽도(墨竹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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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는 공자님 말씀은

過而不改(과이불과) 是謂過矣(시위과의) - 잘못이 있으나 고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
子夏曰(자하왈), 小人之過也(소인지과야) 必文(필문) - 자하는 '소인이 잘못을 하면 반드시 꾸민다'고 하였다.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觀過斯知仁矣(관과사지인의) - 그 사람의 잘못을 보고 그의 착함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사람은 잘못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허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허물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을 수 있으므로 잘못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고 즉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온다. 공자는 일찍이 군자의 수양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忠)과 신(信)을 주장으로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 君子不重則不威(군자부중즉불위) 學則不固(학즉불고) 主忠信(주충신) 無友不如己者(무우불여기자)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공자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군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내세웠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군자는 잘못을 범하였을 때 모든 사람이 이를 알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고 하였다. 

공자가 가장 신뢰하고 있던 제자 안회(顔回)에 대해서는 옹야편(雍也篇)에서 ‘過不貳(과불이) -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라 하여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위(衛)나라의 재상 거백옥은 그 어진 성품과 100세의 장수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공자와도 친교가 있었는데, 이 거백옥에게서 어느 날 사자(使者)가 왔으므로, 공자는 자리를 권하고 거대인의 안부를 물었다. 사자는 “주인께서는 잘못을 줄이려고 애쓰고 계십니다만, 아직도 해내지 못하였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공자는 거백옥의 애쓰는 모습도 모습이거니와 사자의 겸손함에 감복한다. 하여 공자는 그의 행실을 칭찬하며 위나라에 이르렀을 때 그의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공자가 살고 있던 시대는 난세로 모든 도덕률(道德律)에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 공자는 이와 같은 통일되지 못한 가치관이 유행하고 있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설사 일시적으로는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서 벗어난 삶을 살더라도,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고치기만 한다면 무방하는 것을 제자들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거백옥(蘧伯玉) 이야기

위(衛)나라의 대부(大夫)로 이름은 원(瑗). 『논어(論語)』위령공편(衛靈公篇)에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로다, 거백옥이여.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거두어 숨길 수 있다. - 君子哉(군자재) 蘧伯玉(거백옥) 邦有道則仕(방유도즉사) 邦無道則可卷而懷之(방무도즉가권이회지)”라고 하면서 그의 덕을 칭송하였다.

『장자』잡편(雜篇)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 - 나이가 60이 될 때까지 60번 변했다.’는 내용이다. 거백옥은 그 사상이나 태도가 잘못되면 매번 고쳤으며 ‘나이 60이 되어서야 59년간의 잘못을 깨달았다 - 遽伯玉 行年六十 知五十九年之非’ 는 내용이다. 장자는 스스로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하는 모습이 참된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설법  -  <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

어리석은 범부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게 되면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겠는가?

범부들은 자기 감정에 포로가 되어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갖더라도 그것의 포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은 첫 번째 화살을 맞고도 또 두 번째 화살까지 맞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결코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다.
                                                  - 『잡아함경』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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