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66) 진정 이름도 지위도 없는 즐거움과 춥고 배고프지도 않는 걱정을 알아야 하리

허섭 승인 2021.03.06 17:20 | 최종 수정 2021.03.09 18:51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66 - 진정 이름도 지위도 없는 즐거움과 춥고 배고프지도 않는 걱정을 알아야 하리

사람들이 명예와 지위가 인생의 즐거움인 줄만 알고 
명예도 없고 지위도 없는 것이 가장 참된 즐거움인 줄은 모른다.

마찬가지로 춥고 배고픈 것이 근심인 줄만 알고
춥고 굶주리지도 않으면서 하는 근심이 더 큰 근심인 줄은 모른다.

* 일부러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지 않음으로 그 묘미를 더하고 있다. 이것이 채근담 갖는 대구 형식의 맛이다.

말인 즉, <人知名位之樂 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人知饑寒之憂 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또는 <人知名位爲樂 不知無名無位爲最眞樂, 人知饑寒爲憂, 不知不饑不寒爲更甚憂.> 라 하지 않았다.

각 문장의 뒤에 樂과 憂가 반복을 피해 생략된 것으로 < ~ 것이  ~한 것이다> 의 형식으로 봐야 할 것이다.

066 고상(高翔 청 1688~1753) 탄지각도(彈指閣圖) 68.5+38 양주(揚州)박물관
고상(高翔, 청, 1688~1753) - 탄지각도(彈指閣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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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盧天命 1912~1957) 시인의 시 두 편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 삽살개는 달을 짖고 /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댔자 /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 그까짓 것이 다 -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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