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63) 기기(敧器)는 가득차면 엎어지고, 박만(撲滿)은 비어야 온전하나니 …

허섭 승인 2021.03.03 18:45 | 최종 수정 2021.03.04 19:38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63 - 기기(敧器)는 가득차면 엎어지고, 박만(撲滿)은 비어야 온전하나니 …

기기(敧器)는 가득차면 엎어지고 박만(撲滿)은 비어 있어야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無)에 거할지언정 유(有)에 거하지 않고 
비록 모자란 곳에 있을지언정 가득 찬 데 머물지 않는다.

  • 攲器(기기) : 물을 넣는 그릇.   攲는 ‘기울어지다’ 의 뜻. 물이 없으면 기울어지고, 물이 반쯤 차면 똑바로 서고, 물이 가득 차면 뒤집어지는 그릇으로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서 항시 곁에 두었기에 일명 ‘宥坐之器(유좌지기)’ 라 했다.  
  •  * 攲(기울 기)가 欹(감탄사 의)와 통용하기에 ‘의기’ 로 읽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본래의 뜻대로 ‘기기’ 로 읽어야 옳다.
  •   宥(유) : ‘용서하다, 권하다, 너그럽다’ 등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오른쪽 右’ 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이다. 고대에는 오른쪽을 높게 여겨 ‘귀하다’ 의 뜻으로도 쓰였다.
  • 撲滿(박만) : 흙으로 만든 벙어리 저금통.  撲은 ‘때리다, 치다’ 의 뜻. 한번 넣은 돈은 다시 꺼낼 수 없으니, 가득 차면 저금통을 깨트려 돈을 꺼내어야 한다. 따라서 저금통은 비어 있어야 온전한 것이다.
  • 寧(녕) : 일반적으로는 ‘편안하다’ 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부사로 ‘차라리’ 의 뜻이다.
  • 缺(결) : 모자라다, 이지러지다, 결점.
063 고상(高翔 청 1688~1753) 시율도(枾栗圖) 70+35 양주(揚州)박물관
고상(高翔, 청, 1688~1753) - 시율도(枾栗圖)

◆출전 관련 글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 전집 20장 참조

『순자(荀子)』 유좌편(宥坐篇)에 

공자가 노(魯)나라의 환공(桓公)의 영묘(靈廟)를 참배했을 때, 그곳에 기울어져 있는 그릇(敧器)이 있었다. 공자가 묘(廟)를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그릇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자리의 오른쪽에 놓고 경계로 삼는 그릇(宥坐之器)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유좌지기는 물이 없으면 기울어지고, 물이 반쯤 들어 있으면 똑바로 서고, 물이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공자는 제자를 돌아보며 ‘물을 넣어 보아라.’ 라고 말했다. 제자가 물을 넣자, 과연 물이 반쯤 차자 그릇이 똑바로 섰으며, 물이 가득 차차 엎어졌으며, 물이 없어지자 기울어졌다. 공자는 탄식하여 말했다. ‘아아, 가득차고도 엎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吁惡有滿而不覆者哉)’라고 말했다.

  • 吁(우) : 감탄사로 탄식하는 소리.
  • 惡(오) : ‘어찌’ 라는 부사로 쓰임.
  • 哉(재) : 종결사로 앞에 나온 惡와 호응하여, ‘惡 ~ 哉’는 ‘어찌 ~ 하리오’  

* 해석의 순서를 따져보면 〔 ①吁, ②惡 ④有 ③滿而不覆者 ⑤哉 〕가 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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