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1) 디스크 - 이명숙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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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21:29 | 최종 수정 2022.05.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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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이명숙
내 몸에도 몇 개의 간이역은 남아있다
어긋난 세월의 한쪽
반골의 뼈 한 조각
내 맘속
보내지 못한
그 사람
그 사람 같은
이명숙 시인의 <디스크>를 읽는다. 화자는 자신의 몸을 철길과 같은 하나의 길로 동일시하고 있다. 그 길과 기억을 함께하는 몸은 지금껏 남아 있는 ‘몇 개의 간이역’을 돌아본다. 간이역은 존재하나 머무르지 않고 통과하는 역이며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지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살아가며 하차가 허용되지 않는 간이역을 지나쳐온 몸은 통증의 신호를 듣는다.
작품의 제목으로 다시 시선을 옮긴다. 디스크라면 대개 요추의 추간판탈출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삐져나온 추간판이 주변 신경을 압박함으로 인해 개인차가 있지만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중장의 '어긋난 세월‘ 또한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자가 지나온 길이다. 길 위의 흔적으로 남은 ‘반골의 뼈 한 조각’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화자의 마음속 뼈 한 조각처럼 아픔을 일깨우는 존재는 누구일까. ‘반골’이 지닌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으나 화자의 젊은 날 마음이 가던 한 사람으로 보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종장의 ‘내 맘속//보내지 못한//그 사람’처럼 여전히 통점으로 느껴지지만 보내지 못하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이 작품을 접하고 잊고 있던 존재를 아프게 상기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보내지 못했지만 이미 가버린 그 사람을 간이역 지나듯 그냥 그대로 통과하는 수밖에.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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