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2) 구두 뒤축 - 박홍재

이광 승인 2022.05.24 15:24 | 최종 수정 2022.05.26 11:41 의견 0

구두 뒤축

                          박홍재

 

 

살아온
무게만큼
흔들리는 삶의 추

어느새
그 값어치로
닳아빠진 구두 뒤축

균형을
잡으려 해도
뒤뚱이고 있었다


박홍재 시인의 <구두 뒤축>을 읽는다. 시인은 지금 뒤축이 닳아빠진 구두를 신고 뒤뚱이며 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뒤축은 발꿈치 쪽의 밑창과 굽을 말하는데 굽갈이를 해도 원상회복이 어려울 것 같은 구두의 임자는 ‘살아온 무게만큼’ 보장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형편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삶의 추’는 불안정한 생활이 연속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구두 뒤축은 보행시 하중을 많이 받아 다른 부위보다 마모가 빠르다. 윤이 나는 구두코가 화이트칼라라면 쉬 닳고 더럽혀지는 뒤축은 바닥과 부딪히는 노동 현장과 연관된다. 구두의 임자인 노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뒤축의 삶을 살아왔으리라. 그가 뒤뚱이며 가는 모습은 뒤축과 함께 걸음걸이도 성치 못한 상태임을 짐작케 한다. 한 생을 노동 현장에 바쳐 그 값어치로 닳아빠진 허리와 무릎으로 남은 우리 이웃들 이야기이다. 다쳐도 제대로 된 가료를 받지 못한 채 질질 끌고 온 노동은 골병 든 육신과 더불어 그로 말미암아 더 고달파진 노후로 몰고 간다. 

날로 늘어나는 빈곤층 노인의 실정은 이제 우리사회의 당면 문제로 대두되었다. ‘균형을/잡으려 해도/뒤뚱이’는 모습을 전하는 질박한 어투 속엔 그를 바라보는 작가의 연민이 꾹꾹 눌러져 담겨 있다. 각 장의 전구를 두 행으로 하고 후구를 한 줄로 하여 한 연을 이루며 구두의 형태를 띠게 한 것도 작가의 의도라 여겨진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