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5) 유리를 닦다

이광 승인 2022.06.15 08:23 | 최종 수정 2022.06.18 10:46 의견 0

유리를 닦다
                     두마리아

 

 

바람도 오래 스치면
때가 되어 붙나 보다

얼룩진 마음 길
입김 모아 지울 수 있다면

미움도
오해도 건너간
저쪽에 내가 있다

두마리아 시인의 <유리를 닦다>를 읽는다. ‘닦다’란 말이 지닌 수신修身의 의미를 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유리창에 묻은 때를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고 간다. 초장의 ‘바람도 오래 스치면/때가 되어 붙’는 현상은 중장의 ‘얼룩진 마음 길’로 이어진다. 유리창으로 바람이 닥치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감정의 골이 생겨 바람이 불고 먼지가 인다.

중장에서 종장으로 넘어가는 행간에는 바람의 흔적에 대응하는 입김의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는 행위는 내면의 얼룩을 지우는 행위와 교차하며 일어난다. 입김은 숨을 쉴 때 생기는 더운 기운이지만 그보다 더 깊숙이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입김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 외부의 바람과 능히 맞설 수 있는 내면의 바람인 것이다. 그 바람은 미움과 오해로 쌓인 불화를 씻어내고 공연한 적개심에서 벗어나게 한다.

마침내 시인은 맑은 심성에 비할 수 있는 말끔하게 닦아낸 유리창에서 그 너머 비치는 자신을 마주한다. ‘미움도/오해도 건너간/저쪽에’ 있는 나는 시인이 도달하고자 염원하는 자화상일 것이다. 그러한 자아의 실현은 사회적 성취감 못지않은 희열을 안겨준다. 이 작품은 시인의 시작 활동이 자기수양으로 가는 하나의 길임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라 하겠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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