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51)] 떼배 – 박홍재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7.10 10:18 | 최종 수정 2022.07.12 09:46 의견 0

떼배*
                           
  박홍재

 

 

올곧은 통나무들 겯고 겯어 더 따스한
틈 사이 정을 감아 가로질러 삐끌어 맨 
갈매기 날갯짓 따라 일렁이는 거룻배 

바위틈 들락날락 어깨가 부딪혀도
따개비 거북손에 가시 돋친 성게까지
배고픈 저녁나절도 비껴가게 길을 열고

넉넉한 품을 내준 바다의 이야기가
마디 굵은 손가락을 삿질로 키워내어
가난을 비켜서는 법 물려받은 유산이다


* 떼배 : 나무나 [竹] 따위를 뗏목처럼 엮은 원시적인 배. 

팔 십 평생 '떼배'를 타고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온 노부부의 바다 (KBS_2018.05.12 방송)
'팔십 평생 떼배를 타고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온 노부부의 바다' 이야기 중 [KBS여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시작 노트>

세상에는 풍요와 빈곤은 항상 따라 다닌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형 선박이 있는가 하면
떼배처럼 아주 구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해안가를 다니면서 미역이나 성게, 해삼 등을 딴다.
나룻배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생이 있다.
그러나 풍족하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자족할 줄 아는 지혜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오늘도 바위틈을 비집고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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