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40) 점자 블록 - 윤경희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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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14:18 | 최종 수정 2022.07.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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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블록
윤경희
무심코 밟은 바닥이 누군가의 눈이었다
손을 내민 듯한 울퉁불퉁한 촉수였다
틈 사이 갇혀 있었던 누군가의 길이었다
윤경희 시인의 <점자 블록>을 읽는다. 점자 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과 편의를 위해 보도와 건물통로 등에 설치한다. 오래전부터 보도에 깔려 이제는 아주 익숙해진 노란색 블록은 대개의 사람들에겐 그냥 ‘무심코 밟은 바닥’이다. 자신과 연관 없다고 판단되는 사물은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서 관심의 대상 밖으로 대번 밀려나간다.
화자 역시 보도블록 위를 무심히 지나가던 중이었다. 시인이라고 365일을 시인의 눈빛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시인의 눈빛이 살아나며 ‘누군가의 눈’과 마주친다. 평소 예사로 보아오던 사물이 심안이 열리면서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사이 ‘손을 내민 듯한 울퉁불퉁한 촉수’와 자연스러운 연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순간을 말하자면 시가 왔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 시야가 넓어지면서 결국 ‘틈 사이 갇혀 있었던 누군가의 길’마저 발견한다. 보도블록 틈 사이의 점자 블록이 표면상의 의미를 벗어나 도처에 장애물이 도사린 사회적 약자의 갇힌 길로 확대 심화되는 것이다.
각장이 종결형 서술격 조사로 문장을 맺고 있다. 초장은 첫걸음을 뗀 단계이고, 중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아울러 종장에선 그러한 단계를 뛰어넘는, 도약의 보법을 취하며 단시조의 구조적 정형미학을 아주 적절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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