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9) 소나기 - 홍사성

이광 승인 2022.07.13 09:40 | 최종 수정 2022.07.15 11:57 의견 0

소나기

                          홍사성

잠시
기다렸더니
금세 지나갔다

긴 장마라 한들
무엇이
다르겠는가

비 그친
저녁 하늘에
무지개 한참 섰다


홍사성 시인의 <소나기>를 읽는다. 공교한 수사는 써본 적 없다는 시인의 시론처럼 ‘본 대로 느낀 대로 편하게’ 쓴 만큼 작품 또한 편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쉬운 글이라고 녹록하게 보아 넘길 것은 아니다. 지난번에도 소개한 바 있듯 복잡다단을 겪고 난 단순함이 깊이를 이룬 글을 여기서 또 만나는 것이다. 

초장은 누구나 살면서 곧잘 부딪히는 일에 대해 풀어놓았다. 소나기처럼 잠시 피하면 지나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중장에서는 우리에게 보다 넉넉한 시선을 권한다. 장마든 소나기든, 길든 짧든 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잠시 여유를 가지거나 좀 더 인내를 요하거나 기다림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종장에서는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비를 내리고 그치게 하는 자연의 섭리는 우리에게 무지개를 보여준다. 여기서 ‘한참’이란 말에 주목한다. 기다릴 때 흔히 쓰는 말인데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무지개 또한 한참 서서 기다렸다는 것이다. 맑게 갠 하늘의 무지개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보상으로 나타난다. 

작품을 읽는 동안 다윗 왕과 솔로몬의 일화로 잘 알려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가 머릿속을 맴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종교적 의미만 아니라 처세의 지혜 또한 알차게 들어 있다.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눈앞의 성공에 교만하지 말자는 뜻도 읽힌다. 건데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진 않는다. 수양이라는 기다림의 과정이 따라야 할 것 같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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