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두레박 – 박홍재
박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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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15:57 | 최종 수정 2022.10.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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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
박홍재
거꾸로 내리꽂혀 출렁이는 가슴이다
목줄 맨 순간마다 갈증을 푸는 목에
그득히 물을 안아야 평상심을 찾는다
우물가 수다들도 사라져 간 빨래터에
하루의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 그때
또 다시 고이는 꿈을 안아 보는 가슴이다
튀어나온 돌부리에 생채기 생겼어도
눈물처럼 떨어지는 몇 방울 씨가 되어
넉넉히 품어 안아서 새살 돋게 키운다
너를 닮는 그 순간에 갈증은 풀어내며
지친 몸 끌고 오는 뭇사람을 기다린다
잊혀진 세월을 안고 끈을 바싹 당겨 쥔다
<시작 노트>
요즘은 두레박이 필요 없는 시대이다.
물을 푸는 시대는 가고
수도관을 통하여 우리에게 공급이 된다.
하지만 두레박이 거꾸로 매달린 우물가는
애환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물을 담았을 때만이 평형을 이룰 수 있다.
풍덩 두레박을 내려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떠서 마시고 싶다.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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