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30) 만남의 재발견, 김양희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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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09:59 | 최종 수정 2022.05.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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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재발견
김양희
엉겨 붙은 핏덩이에 달라붙은 거즈처럼
그 시간 넌 나에게 절실한 필요였지만
솟던 피
멈추고 나면
떼어내기 두려워
김양희 시인의 <만남의 재발견>을 읽는다. 대개 시의 출발은 사물의 재발견에서 비롯된다. 시인이 재발견하게 되는 만남은 일상의 우발적 사건으로 발생했다가 그 마무리를 앞두고 불거진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설정된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해제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수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사회생활은 부단한 만남으로 점철된다. 원했던 원치 않았던 모든 만남에는 꽃이 피면 지듯이 마감시점이 있다. ‘달라붙은 거즈’는 그 이면의 상처와 그 상처를 감싸주는 실체의 한시적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결속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정리해야 할 단계에 이른다. 정리에는 상당한 감정의 소모가 따르기도 한다. 섣불리 떼어내다간 고통이 수반되고 상처가 덧나는 경우도 생긴다. 복잡다단한 현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다양한 만남과 작별을 반복한다, 종종 반복되는 만남에는 그간 쌓인 경험치로 원만한 대처가 이루어지지만 일회성 또는 불시의 만남에선 ‘떼어내기 두려워’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초장과 중장은 시조 배행의 기본을 따르며 만남의 시간을 진술하고 있고, 종장은 3행으로 배열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며 만남의 재발견이라는 심경을 토로한다. 상황 종료를 위한 결단에는 망설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떼어내기라는 실행을 앞두고 사뭇 긴장한 화자의 한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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