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29) 달, 김경옥

이광 승인 2022.05.03 23:05 | 최종 수정 2022.05.06 15:11 의견 0

달  

                          김경옥

 

 

 

먼 길 가신 후 자주 보러 오시네

힘내라 길 잃지 마라

도와줄 건 뭐 없니

다시는

걱정 마시래도

또 오시는 

아버지


김경옥 시인의 <달>을 읽는다.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다. ‘호미도 날히언 마라난 낫같이 들리도 업스니이다’라고 시작하는 고려가요가 생각난다. 농경사회의 일상도구인 호미를 아버지로, 낫은 어머니로 비유하여 어머니의 더 큰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호미의 날이 낫보다 무딘 건 사실이나 호미에겐 낫과는 다른 역할이 있다. 오늘의 작품 <달>은 호미의 손길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다.

초장의 후구 ‘자주 보러 오시네’를 보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필자의 짧은 소견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의 농도는 짙어질지언정 그 빈도는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자주 보러 오신다는 건 그만큼 그리움의 빈도가 잦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생전에 화자에게 들려주던 말씀과 더불어 오신다. 중장 ‘힘내라 길 잃지 마라’는 화자에게도 한때 힘든 시기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고,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어 잘 이겨낸 듯 보인다. ‘도와줄 건 뭐 없니’라는 후구에서는 아쉬운 사정을 잘 내색하지 않는 자식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심중이 그대로 읽혀진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종장의 ‘또 오시는//아버지’는 그러한 모습의 아버지를 화자가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식의 밤늦은 귀가를 기다리던 아버지가 밤하늘의 환한 달로 떠 있다.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달빛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식의 달그림자가 되어 줄 것이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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