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24) 불기 2563년 부처님 - 서석조

이광 승인 2022.03.30 10:30 | 최종 수정 2022.04.02 12:05 의견 0

불기 2563년 부처님

                          서석조

 

 

부처님, 저 취직 좀 되게 해주십시오

네 이놈, 너하고 나하고 자리 바꾸자

너처럼 밥 먹고 앉아 빌기만 하고 싶다


서석조 시인의 <불기 2563년 부처님>을 읽는다. 취직을 원하는 청년과 부처님의 대화가 생뚱맞으면서도 실감나게 들리는 건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통해 기복신앙을 일갈하는 이야기라 해도 무방하겠지만 작금의 취업난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숙고해볼 여지가 있는 작품이다.

부처님께 빌고 있는 젊은이의 사정은 물론 부처님의 입장 또한 납득이 가는 골치 아픈 문제가 바로 취업난이다. 오죽하면 부처님께서 ‘나하고 자리 바꾸자’라고까지 했을까. 그런데 뒤를 잇는 ‘너처럼 밥 먹고 앉아’란 말이 심상치 않다. 아직 배가 덜 고파 직장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니냐는 질책이 깔린 듯하다. 청년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3D업종은 여전히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3D업종을 기피하는 경향을 청년들의 잘못된 선택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열악한 근무환경일수록 보상 차원의 대우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못한 실정이다. 반면 대기업의 평균연봉은 일억을 넘어섰다. 분명한 기현상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는다. 대신 생활고에 쪼들리는 이들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열불을 토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펼친 대화 속에서 경제정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제목의 불기 2563년은 서기로는 2019년이다. 코로나 이전이란 게 새삼 그립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던 시절이 아득하게 그립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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