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4)소달구지에 묻힌 아이들의 꿈
강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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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7:56 | 최종 수정 2018.11.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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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소잔등에 올라 고삐를 움켜잡았고, 여동생은 수레에서 오빠의 마음을 잡았다. 소를 부리는 아이의 손놀림은 노련한데 아직 자라지 않은 표정은 앳되기만 하다.
북한 자강도 문악리의 이른 아침, 소달구지를 타고 가는 아이들은 어디를 향할까?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만 보면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날의 햇살이 다정한 남매를 웃음 짓게 한다.
하지만 “증산돌격운동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는 <가을걷이 전투장>에 보태지는 손길이라면 아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한창 뛰어놀 나이라는 말은 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무심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휭하니 지나가고 아이들의 꿈은 소달구지에 묻힌다.
두 동강난 이 땅의 참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줌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하며.
<동아대학교 교수/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부산하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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