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그래, 그리움이다

포토 에세이 통산 1028호(2020.7.9)

이득수 승인 2020.07.08 13:52 | 최종 수정 2020.07.08 18:07 의견 0

소나무가 있는 마을 어귀 고갯길

그래, 그리움이다. 
동서남북 곁가지 다 잘린 채로 
푸른 하늘 우르르는 저 솔가지들
하나같이 발돋움해 하늘에 닿고 
가만히 귀 기울여 소리 듣는 건
저 먼 하늘 아래, 그 하늘 너머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한 70년 살아오며 아쉬운 것들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다
또 한 몇 해 살아가며 외로워 할지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다.

나 아직 그대 생각 가슴이 뜀은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나 이렇게 머리 쇠며 늙어가는 건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저 늙은 당산목에 잔가지 사이 
지나가는 바람은 그리움이다
가지마다 이파리 나부끼는 것 
그리움의 몸짓이다, 설레임이다.
저 넓은 논배미 수만 벼 포기, 
아파리 하나하나 그리움이다. 
저 하얗게 번져가는 망초꽃 물결 
꽃송이 하나하나 그리움이다.

-결국은 그게 그것 그리움이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

눈만 뜨면 다가오는 그리움들은
눈 감으면 아련한 그리움 된다. 
잊으리라 생각하면 다시 그리운 
그리움은 막무가내 화수분이다. 

세월이 가면 사람이 가고
그런 사람 가버리면 그리움 가랴?
한 30억 아니면 그 보다 많을
내 세포, 세포마다 그리움이다.
한 300억 아니면 그 보다 많을
붉은피톨 피톨마다 그리움이다. 

나 이제 당신 모습 생각 않으리
그립다고 않으리. 입술 깨물면 
입술 끝에 꿈틀대는 그리움이다.
나 이제 지난 시절 회상 안 하리 
눈감으면 눈꺼풀에 그리움이다.

나뭇잎 새 지는 해도 그리움이다.
저 휘움한 논둑길도 그리움이다
강 건너 마을이랑 희미한 능선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오를 하루 살아가는 마음바탕은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내일 다시 못 잊어 떠오를 얼굴
그리움이다 설레임이다.

소나무 묘목장 옆 나뭇가지 사이로 나오는 햇살
소나무 묘목장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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