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일흔 한 살의 동화(童話)」 (52) 토정비결 해설 ⑥몇 개의 괘와 그 의미

말년일기 제1253호(2021.2.21)

이득수 승인 2021.02.20 18:57 | 최종 수정 2021.03.02 16:48 의견 0
 사진1. 자손이 번성해서 조부가 손주를 놀리는(손바닥위에 구슬을 놀리는 농장(弄璋)이라고 함), 일반가정 최고의 행운  (사진은 마초할배와 네 손녀)
 자손이 번성해서 조부가 손주를 놀리는 게 일반가정 최고의 행운. 마초할배와 네 손녀.

이번 회부터 실제로 몇 개의 괘를 펼쳐 구절구절 그 뜻을 살며보기로 하고 먼저 652 - 수풍산정지한(水風山井之寒)의 괘를 살펴보면

 - 雪裏梅花 獨帶春色 
   설리매화 독대춘색
   日暮靑山 怨色自退
   일모청산 원색자퇴
   (눈 속에 핀 매화꽃에 봄빛 가득 띄었으니
   해 저문 푸른 산에 원망의 빛 물러나고) 
  
   金鞍駿馬 御史華光 
   금안준마 어사화광
   寅卯之月 和氣漸生
   인묘지월 화기점생 
   (금 안장 늠름한 말 어사 얼굴에 빛이 나고
   3,4월 돌아오면 화기 점점 생겨나리.)

   凌上傲雪 傍人何妬 
   능상오설 방인하투
   騎馬逢旺 出行得利 
   기마봉왕 출행득리
   (기세 좋게 날리는 눈 왜 모두들 시기하나
   말 타면 운이 왕성 출행하면 득 되는데)

   辰巳之月 濛雨長春 
   진사지월 몽우장춘
   探香採馥 子子孫孫 
   탐향채복 자자손손
   3,4월엔 긴 봄날에 흐벅지게 비가 내려
   자자손손 짝을 지어 꽃을 찾아 나선다네. 

   風淸月白 豈不美哉 
   풍청월백 기불미재
   午未之月 出行有功
  오미지월 출행유공
  (맑은 바람 밝은 달이 어찌 아니 아름답나
  오뉴월에 출행하면 반드시 공이 있네.)

  舟泊春岸 不畏風雨 
  주박춘안 불외풍우
  南風梢薰 財源鬱蒼 
  남풍초훈 재원울창
  (봄 언덕에 배를 대니 비바람 걱정 없고
  가지 끝에 훈풍 불어 먹고살기 넉넉하고)

  辛酉之月 豈無勞苦 
  신유지월 기무노고
  花殘葉衰 分明結實 
  화잔엽쇠 분명결실
  (구시월 추수철에 어찌 노고가 없을 소냐
  꽃 지고 잎이 지면 분명 결실 있을 테니)

  戌亥之月 百草落地 
  술해지월 백초낙지
  文化爲福 文筆生財
  문화위복 문필생재
  (동지섣달 돌아와서 백초가 땅에 지니
  글 읽어 복이 되고 글을 쓰서 재물 되고)

  子畜之月 我亦更生 
  자축지월 아역갱생
  財旺身康 奇計百出 
  재왕신강 기계백출
  (1,2월 돌아오면 나 역시도 힘 돌아와 
  재산 넉넉 신체 건강 멋진 계책 쏟아지네.)

에 이어 한글(당시의 언문으로 다시 한 번 한해 신수를 요약해 설명하는 글로
해왈, 추운 겨울이 다 지나고 따뜻한 봄이 돌아오니 마음이 화평하고 경사(慶事)가 있을 괘.
라고 적혀 있습니다. 참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진2 마초할매와 외손녀 현서
 마초할매와 외손녀 현서

제 비록 역술이나 한학에 능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그 본뜻은 이해할 정도가 되는데 이 괘는 가난한 시골의 선비나 밥술께나 뜨는 농부의 입장에서 바라는 건강, 재운, 또 문장이나 덕행으로 이름을 드날리는 문명(文名), 자손이 여럿 태어나 순조롭게 자라나는 만사형통을 바라고 있습니다. 

거기다 운세를 보는 것이 정월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3,4월인 봄에 시작 겨울에 끝나는 것이 좀 신기한데 그건 아마 만물이 웅크린 한겨울 보다 언 대지가 녹으며 생기가 넘치는 3,4월을 시작으로 한 해를 맞고 싶은 바람을 나타낸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까 태양의 성쇠에 따른 농사의 주기도 맞추면서 말입니다

平理 이득수 시인
平理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