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63 가을의 노래 - 외로운, 너무나 외로운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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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7:05 | 최종 수정 2021.09.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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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온천천을 산책할 때였습니다. 연안교 아래 쪽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흐린 강물을 바라보는 중년의 두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변의 어떤 사람, 심지어 몇 발 떨어지지 않는 곳에 앉은 같은 처지의 이웃에게도 절대로 관심을 보이지 않은 사내들, 저 웅크린 어깨에는 고달파도 여간 고달프지 않고 외로워도 한없이 외로운 한 사내들의 피로와 나그네길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웬만해선 풀리지도 않을 외로움, 어쩌면 집에 돌아가도 다정한 말 한 마디도 나눌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어떻게 걸어 예까지 왔든 그래도 햇볕이 쨍쨍한 오후에 이렇게 가까이 앉았으면 한번쯤 눈길도 주고 이야기라도 할까 싶어 한 10여분을 지켜보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미동도 없었습니다.
<시인, 소설가 /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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