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57 가을의 길목 - 코스모스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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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9 13:13 | 최종 수정 2021.09.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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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기의 코스모스에서, 또 단 한 가지에서 왜 코스모스는 저렇게 각각의 색깔과 향기를 내뿜는 걸까?
이글거리던 태양이 가끔은 천둥으로 울고 또 가끔은 무지개로 환생할 때 아직 제철이 아니라고 조용히 숨죽이던 코스모스가 어느 새 저 하늘의 무지개 빛을 모두 담아와 칠공주집 일곱 공주가 하나같이 곱듯이 빨강, 선홍, 주홍과 주황, 분홍과 보라와 그 비슷한 또 다른 색깔들과 마침내 하얀 코스모스까지 크레파스 한 통을 다 써가며 그린 그림이 되었을까?
한 포기, 아니 가지 하나에도 수십, 수백의 꽃송이, 그걸 500원짜리로 치면 몇 백만 원이 될 코스모스가 끝도 없이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가을은 백만장자의 곳간처럼 끝도 시작도 없는 아득한 그리움의 나라다. 그냥 황홀하게도 서러운 땅이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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