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48 여름과 가을 사이 - 생태계의 보물 새콩덩굴

이득수 승인 2021.09.07 20:41 | 최종 수정 2021.09.09 13:48 의견 0
새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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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논둑에서 가만가만 잡초를 감고 올라가 자주 빛의 작은 꽃을 피운 새콩 덩굴을 좀 보십시오. 굳이 주병선의 <콩밭 매는 아낙네야>의 콩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저 보잘 것 없는 덩굴의 잎이나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영판 콩과식물인 것은 짐작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가녀린 덩굴은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실낱처럼 가는 콩깍지를 달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조그만 새콩으로 한 겨울 먹을 것이 없는 들쥐와 새들에게 유일한 식물성지방과 단백질에 비타민까지 풍부한 양식을 제공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저 보잘 것 없는 새콩덩굴이 사실은 매우 귀하고 엄숙한 존재인 것입니다. 이 들녘에선.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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