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44 여름과 가을 사이 - 당국화 또 당국화!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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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4 15:53 | 최종 수정 2021.09.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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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명촌별서의 뜨락은 당국화, 또 당국화, 온통 과꽃세상입니다.
언제 봐도 포근하면서도 범접지 못할 기운이 감도는 신비한 보라색 꽃과 그리움이 뚝뚝 떨어지는 분홍 빛 꽃송이들, 그 분홍빛도 자세히 보면 약간 희거나 노란 빛이 돌며 따뜻하거나 안온하거나 조금씩 그 번짐이 다른데 옆에 있는 봉숭아, 코스모스, 금계국과 어울려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또 아주 귀하게 한 너덧 송이 주홍빛 겹꽃도 있어 그 선연함이 이룰 데 없어 여름한철을 이끌었던 부용화마저도 무색해집니다. 심지어 할아버지와 손녀 허수아비사이를 비집고 나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소리치는 놈도 있고 당국화가 하도 승하니 옆에 있는 봄꽃 죽단화도 슬그머니 노란 꽃을 매달고 말이니다.
전에 한 무더기로 핀 과꽃이 구식혼례식을 담 너머 바라보는 마을처녀나 대보름날 다리밟기(踏橋)를 하는 언양처녀들 같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 많은 꽃송이들이 모두 아름답게 반짝여 옛날 언양바닥으로 불리는 서부5개면 언양, 삼남, 상북, 두서, 두동면의 그 많은 처녀들이 몽땅 몰려나온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올해처럼 울타리와 길가 여기저기에 심되 특별히 당국화 전용의 동그란 화단도 하나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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