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41 여름과 가을 사이 - 상사화3 참혹해라, 사랑의 종말이여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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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1:16 | 최종 수정 2021.09.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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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가 지나고 아침저녁 목덜미에 찬바람이 스치더니 한여름 내내 그 애절한 기다림을 호소하던 상사화가 마침내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연이 애달프고 열정이 뜨겁다고 화무십일홍이 비껴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꽃이 지고 사람이 늙는 것이 다 설운 일이지만 너무 화려한 꽃이라 그런지 그 몰락은 처절하도록 서글픕니다. 비록 아직도 퇴색한 꽃송이를 간신히 부여잡은 초록색 꽃대궁이가 벌을 서듯 도열해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제 꽃송이 뒤의 조명등은 마치 한 많은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는 전장(戰場)의 촉루(땅에서 파낸 해골)처럼 처참하기만 합니다. 마침내 조락(凋落)의 계절이 온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차중락이란 가수가 부른 <사랑의 종말>이란 노래를 올립니다. 가사가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사랑의 속성이 바로 그런 것, 특히 요절한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가 참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사랑의 종말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
대답 없는 메아리
허공에 지네
꽃잎에 맺힌 사랑
이루지 못해
그리움에 타는 마음
달래 가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 몰랐어요.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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