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36 여름과 가을 사이 - 이상한 꽃 설악초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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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10:26 | 최종 수정 2021.08.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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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하얗다고 생각하는 흰색도 그 산뜻함이나 눈부심에 따라 <백설 같은 살결>, <백옥 같은 피부>등의 차별화된 표현이 나오는데 저 쳐다보기만 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이 싸느랗게 눈부신 하얀 빛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깨끗하고 순결하다는 느낌보다는 비수처럼 새파란 냉기가 풍기는 저 꽃(사실은 풀)을 저는 나름대로 <소박대기>꽃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오늘 자세히 살펴보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좀 보십시오. 하얀 풀잎 위에 조그맣고 동그란 꽃송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꽃은 특별히 아름답거나 눈부시지도 않고 아무 특색이 없어 꽃들의 세계에선 많이 뒤지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 하얀 잎의 용도가 나옵니다. 저 처절하게 눈부신 형광색의 잎이 깜깜한 밤에 나방 같은 야행성 곤충을 유혹하여 저 보잘 것 없는 꽃의 수분(受粉)작용을 도와 씨를 맺고 번식을 하는 겁니다. 자연, 그 참 신비한 세계인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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