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꿈꾸는 도연명' 9 - 도연명의 숲, 도연명의 하늘
이득수
승인
2021.09.03 17:05 | 최종 수정 2021.09.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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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을 따라가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제가 앉아있는 숲입니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쳐드는 햇빛도, 스치는 바람도, 나풀거리는 나뭇잎과 풀잎도, 간간이 날아오는 나비나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새소리도 도연명이 살던 남북조시대나 핵무기와 컴퓨터로 무장한 21세기의 오늘이나 그 황홀함과 싱그러움에 다름이 없습니다.
또 숲을 좋아하는 것도 술을 좋아하는 것도 시를 구상하는 것도 가끔은 혼자서 외로움을 타는 것도 다름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자질이나 능력은 없지만 그냥 도연명의 시적 후예(後裔)로, 변방의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만 해도 행복한 것입니다. 연재를 마칩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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