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꿈꾸는 도연명' 5 - 오류(五柳) 선생전

이득수 승인 2021.08.27 19:11 | 최종 수정 2021.09.03 17:15 의견 0
이공린(李公麟)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 제5폭 미국 워싱턴프리어미술관
이공린(李公麟) -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제5폭)

국화와 술을 좋아해 평택현령이 인끈을 반납하고 귀거래사를 부르며 전원으로 돌아온 도연명을 후세 사람들은 가장 낭만적인 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원으로 돌아간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남이 아닌 도연명 스스로가 자신의 살아온 생애와 전원생활 이후의 삶을 제3자의 시선으로 서술한 고백이랄까, 짧은 자서전 격인 <오류 선생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은 어디 사람인지를 알지 못한다. 집 언저리에 버드나무 다섯이 있어 그것으로 호를 삼았다. 단정하고 조용하여 말이 적고 여리를 따르지 않으며 책을 좋아하여 읽어도 심하게는 풀이를 구하지 않는다. 뜻에 맞는 일이 있을 때마다 흔연히 식음을 잊는다. 술을 좋아하지만 집이 가난하여 항상 얻을 수는 없었다. 친구가 그의 사정을 알고 술을 준비하여 부르면 와서 마시되 다하기까지 하며, 그 마침은 반드시 취하는데 있다. 이미 취하여 돌아갈 때에는 일찍이 정을 거류함에 인색하지 않았다. 

 
로 시작되는 서두를 보면 우선 매우 한적한 곳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단정하고 고요하게 살았으나 매우 가난하여 그 좋아하는 술을 마음대로 마실 정도가 안 되어 혹시 친구가 술을 마련하여 부르면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말하자면 심관(心觀), 정서, 또는 영혼은 자유롭고 고아하였으나 실생활은 매우 궁핍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환도소연하여 풍일을 가리지 않고 단갈이 천결하고 단표는 자주 비어도 안여하며 항상 문장을 저술하여 스스로 즐거워하고 자못 자기의 뜻을 표시하여 생각을 득실을 잊는다. 이로서 스스로를 끝마치는 것이다. 담과 울이 성기어 비바람을 가리지 못하고 단벌옷에 구멍이 나고 하나뿐인 표주박(술잔)이 비어도 느긋하며, 문장을 지어 스스로 즐거워하며 득실을 잊고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려던 것이다.

라는 문장을 보면 결국 가난을 피하지 못 하며 그렇게 죽어갈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결국 영혼이 자유롭고 걸림이 없다는 시인의 삶이란 그저 '단벌옷에 구멍이 나고 표주박에 술을 채우지 못하는' 가난한 삶인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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