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꿈꾸는 도연명' 4 - 도화유수(桃花流水) 묘연거(杳然去)

이득수 승인 2021.08.27 18:38 | 최종 수정 2021.09.03 17:15 의견 0
이공린(李公麟)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 제1폭 右 미국 워싱턴프리어미술관
이공린(李公麟) -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제1폭 右)

그럼 도연명이 도원비기에서 펼쳐 보인 무릉도원은 어떤 나라일까요?

도원비기에 의하면 중국 무릉(지금 장가계에 가까운 곳)의 한 어부가 배를 저어가다 문득 잘록한 협곡을 지나자 복숭아꽃이 만발한 별천지가 나타났는데 거기 사람들은 아무런 슬픔이나 갈등도 없이 늘 싱글벙글 평화로운 얼굴이었고 시간이 얼마나 천천히 흐르는지 신선들이 두는 바둑 한 판이 끝나자 도끼자루가 다 썩었다고 했습니다. 

문득 자기가 떠나온 집과 가족이 생각난 그가 그 별천지에 대한 이야기를 누설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다시 그 협곡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는데 그 후로 자기가 갔던 곳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이 바깥세계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겨우겨우 찾아간 고향마을에는 그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단지 성만 같은 사람이 살았는데 아주 오래 전 고조부보다 더 위에 그런 이름을 가진 선조가 있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럼 무릉도원의 무릉(武陵)은 어떤 뜻일까요? 우선 도연명이 살았던 장가계의 그 수려한 경관 속에 무릉이라는 마을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를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어떤 무사(武士) 또는 장군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되고 더 나아가면 무기(武器)를 파묻은 무덤 그러니까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마을이란 뜻도 될 수 있겠지요.

그럼 도화원기에서 무릉은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표현은 복숭아꽃이 떨어져 물에 흘러가는 광경입니다. 보통 한시나 문장에는

이공린(李公麟)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 제1폭 左 미국 워싱턴프리어미술관
이공린(李公麟) - 연명귀은도(淵明歸隱圖)(제1폭 左)

도화유수(桃花流水), 낙화유수(落花流水)등의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라는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낙화유수는 덧없는 세월이 흘러간다는 시간적 개념이며 도화유수는 시선 이태백의 <산중문답>이란 칠언절구에

   도화유수(桃花流水) 묘연거(杳然去)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

   복숭아꽃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가 바로 별천지 아닐런가.

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말인데 시선 이백이 자신보다 300년 전의 낭만시인 도연명의 도원비기에서 따온 말입니다. 그렇게 술이나 좋아하며 국화꽃을 완상하던 한 가난한 시인이 20억 한자문화권의 이상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인 도연명은 과연 그 무릉도원에 닿았을까요? 이야기는 다음회로 넘어갑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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