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꿈꾸는 도연명' 3 - 환상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득수 승인 2021.08.27 18:28 | 최종 수정 2021.09.03 17:16 의견 0

      
양(洋)의 동서(東西), 종교와 철학에 관계없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살아서의 낙원(樂園), 죽어서의 천국(天國)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 예로 기독교의 천당은 늘 빛과 영광이 가득한 나라, 천사가 나팔을 부는 영생의 나라로 가는 길이며 불교의 극락은 이승의 모든 번민에서 벗어나고 윤회의 고리마저 끊는 해탈의 경지에서 손만 맞잡아도 향기가 풍긴다는 도리천(忉利天)의 <욕계(欲界) 제2천>이 있고 중세군주와 귀족의 압제와 수탈에 시달리는 서양에서는 주권재민을 꿈꾸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있고 보다 단순하게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며 괘락을 추구하는 파라다이스도 있습니다. 

또 동양에서는 폭력적 군왕과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세금이 없는 맹자(孟子)의 인의(仁義)의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환상의 세계가 또 하나 있는데 이는 도연명이란 한 천진한 시인의 상상,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된 이야깁니다. 

심오한 철학자나 종교지도자도 아니요, 무소불위의 권력자도 아닌 그저 술과 국화를 좋아하는 한 시인이 그런 동양인의 이상향을 만들어내었다는 것은 참으로 신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가 무릉도원 입구가 아닐까?
여기가 무릉도원 입구가 아닐까?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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