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53 가을의 길목 - 이질풀, 이 고운 꽃을 보고

이득수 승인 2021.09.09 13:08 | 최종 수정 2021.09.13 16:48 의견 0
이질풀

9월 하순 깊어가는 가을 벌판에 알록달록한 봄꽃, 화려하게 타오르던 여름 꽃이 다 지고 쇠심줄보다 더 질기다는 사진 속의 며느리배꼽덩굴까지 노랗게 물이 드는데 이적지(여태까지의 사투리) 뭘 하고 지냈는지 간신히 고개를 내민 작고 빨간 꽃송이들, 자세히 보면 모양이나 빛깔이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지만 찬찬히 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모를 정도로 조그맣게 숨어 피는 모양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구절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진짜 사랑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꽃 이름을 알려고 검색하니 아뿔사 '이질꽃'이 다 뭡니까?

축축한 장마철에 체력이 떨어진 우리 조상들을 여럿 죽인 모진 설사병 이질(痢疾)이라니, 꽃이 너무 예뻐 이름 짓는 사람이 질투한 것일까요?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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